“환자 주관적 표현 보다 맥락 통한 메카니즘이 ‘적방’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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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주관적 표현 보다 맥락 통한 메카니즘이 ‘적방’ 지름길”
  • 승인 2023.07.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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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준아카데미’ 개설 기념 무료 강의…한의학 명의 다큐 스케치 촬영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노의준 원장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 오픈을 기념해 임상의가 적방을 찾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사진은 적방을 찾기 위해서는 환자의 주관적 표현보다는 그 안의 맥락을 찾고, 각 약물에 맞는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적방 연구소는 지난 9일 ‘준아카데미’ 오픈 기념 무료 강연을 대한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정인적방 연구소는 ▲준아카데미 ▲올바른(한약건재) ▲바른한약(원외탕전) 등으로 구성된 한의약전문그룹이다. 이 중 ‘준아카데미’는 노의준 원장의 의론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인적방 연구소 회원을 위한 무료와 유료 온라인 강의를 비롯해 노 원장의 진료를 참관하거나 환자에게 적방이 무엇인지 질의할 수 있는 ‘도제 클라스’를 운영한다. 또한 노의준 원장의 의론 프로토콜에 따라 AI가 처방을 내려주는 ‘준차트’가 올해 가을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280여 명의 한의사가 참석한 이날 강연장에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사려니 필름’의 홍영아 대표와 제작진이 현장 스케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밥상’, ‘병원24시’ 등의 대표작을 만든 홍영아 대표는 노의준 원장을 시작으로 한의학 명의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강연장에는 노의준 원장을 비롯해 노의준 원장의 의론을 공부한 황원택 원장, 김진상 원장이 임상에서 유용한 처방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의준 원장은 ‘황련탕 사용법’라는 주제를 통해 처방을 접근할 때 메카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의론에서 말하는 ‘음양’에 대해 설명하며 “이는 사상체질에서 말하는 음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이란 황련, 시호제 처방을 쓰는 경우이고, 나머지는 다 ‘음’이나 교잡이다. 노의준 의론에서 음양은 일단 양을 잡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노 원장은 “보통 황련을 써야 하는 환자에게 황련을 쓰지 않는 경우 십중팔구 복령을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황련과 복령은 약서가 비슷하지만 성질이 다르다. 황련은 ‘양’이고, 복령은 ‘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련과 복령처럼 비슷하지만 음양의 성질이 다른 약을 잘 처방하기 위해서는 ‘메키니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원장은 “하수는 방증상대로 접근하고 고수는 메카니즘으로 접근한다는 말이 있다. 특정한 기준에 가장 유사한 환자의 증상을 비교해서 처방하는 방식이 방증상대다. 이 방식으로 처방을 하다보면 절반 이상 성공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며 “절반을 넘어 비약할 수 있는 것은 메카니즘이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 속에 담긴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잠을 자려 하면 숨이 깊이 안 쉬어진다’는 환자가 왔다고 생각해보자. 이 환자는 황련탕을 써야 한다. 교감신경의 항진으로 뇌에서 생각이 많아지면 과호흡이 오고, 그래서 자려고 하면 과호흡으로 수면장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일견 ‘과호흡’이라는 증상은 치자시탕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치자시탕은 가슴이 답답해서 한숨을 쉬는 것에 가깝다. 환자의 표현은 같을 수 있지만 이를 맥락 있게 들어서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메카니즘이다. 메카니즘을 이해하려면 ‘약서’를 읽어야 한다. ‘약서’에 따라 약물 개개의 메카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원택 원장은 ‘일시 호전이 아닌 완전 관해에 이르는 알레르기성 비염 처방법’을 주제로 적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로부카(노의준 원장의 북카페)의 문제 풀이 게시판을 언급하며 “보통 증세가 심한 질병을 문제로 내면 잘 맞추지 못하고, 알러지성 비염은 쉽게 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염은 문제로 잘 출제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비염 문제의 정답률이 떨어지더라”라며 “그래서 오늘은 비염 처방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전형적인 알러지성 비염’이라는 환자의 증례를 소개했다. 그는 “맑은 콧물이 나고, 코가 건조했다. 눈과 코가 가렵고, 봄과 가을이면 증상이 더 심해져서 매일 지르텍 복용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형색성정을 보면 얼굴이 하얗고 기가 약해보였다. 음식은 때가 되면 먹는 정도였고, 소화는 빈속에는 속쓰림이 살짝 있다. 추위를 못 참고, 찬 바람이 싫다고 했다. 부종은 없으며, 맥진은 약했다. 잠은 잘 자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보통 마황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잠과 소화에 큰 문제가 없으니 마황을 쓸 수 있고, 손발이 차다고 하니 소청룡탕을 처방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안진을 해본 결과 결실구련과 견인강급이 없었다. 그렇다면 작약이 빠져야 한다. 압통이 저명하고 약간의 속쓰림도 있으니 세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 경우에는 마황부자세신탕이 정답이다. 소청룡탕을 쓰면 잠시는 좋아질 수 있었겠지만 금방 원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그만큼 적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복진을 비롯한 안진이 무시되고, 환자의 신체증상에만 집중해서 처방하는 경향이 많다”며 “X-ray가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유용한 진단기기이듯이, 안진 역시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진상 원장은 ‘사역산의 임상 인용’ 강의에서 사역산의 방증을 설명했다. 김 원장은 “크게 긴장형과 우울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며 “사역산은 보통 수족다한 수족냉증, 역류성식도염, 수면장애, 공황장애, 틱장애 등에 효과적이다. 특히 수족다한과 심한 수준의 틱장애 치료에 효과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환자의 증상이 애매하거나 심하지 않으면 원방을 써라. 사역산 원방을 많이 써서 치료를 경험해보는 것이 기본이고, 가감은 그 다음”이라며 “모든 방안이 다 적혀있는 완벽한 의론은 없다. 모두 오류가 있다. 기본이 되는 기준을 익히고 나머지는 본인의 경험으로 채워가면서 변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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