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의신정(16) 교통사고 상해증후군 환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리는 한의 치료
상태바
함께읽는 동의신정(16) 교통사고 상해증후군 환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리는 한의 치료
  • 승인 2023.07.14 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교통사고 후에 발생하는 편타성 상해나 외상성 뇌손상은 중요한 교통사고 후 손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손상 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은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2018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생존자들에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그 비율은 무려 약 15.81%에 달했다. 즉, 교통사고 생존자 약 6명 중 1명이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보였다는 것이다 (BMC Psychiatry, 2018).

급성 스트레스 장애까지 진단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임상에서 교통사고 후 수면장애나 불안, 우울, 심계·정충 등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은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는 환자들이 교통사고 주위기에 여러 독특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교통사고 정도에 따라 죽음에 이를뻔한 공포심 경험이나, 영상의학적 검사상의 골절 등의 현저한 신체적 후유증, 때로는 검사상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속되는 증상,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로 인한 수면방해 등의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입원 환자의 경우, 급작스러운 거주 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고 당사자 간의 합의 및 보험 처리 등 특유의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한다. 즉, 교통사고는 신체적 충격 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 그리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환경을 조성하여 환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리는 한의치료는 교통사고 후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겪는 환자의 치료에 특히 강점이 있다. 왜냐하면 한의치료는 기질적인 신체적 손상은 물론, 기질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속되는 신체 증상이나 정신 증상도 치료대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에 한의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자유기법(EFT)’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며, 이 외에도 두통, 불면증, 공포증 등 교통사고 후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4권 2호에 발표된 증례보고는 이러한 한의 임상에서 교통사고 상해증후군 환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리는 임상 현장의 실제를 보여주고 있다.

손채원, 강진영, 김백준, 하원정, 김환. 교통사고 상해증후군 환자의 급성 스트레스 장애에 시행한 한의치료와 EFT 치료 치험 1례.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34(2):115-124.

 

이 논문은 정차한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은 상태에서 후방 추돌당한 후 발생한 경항통, 불면, 어지럼증, 소화불량 등의 증상과 함께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27세 여성 환자에 대한 한의치료 증례를 담고 있다. 이 환자의 경우,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도, 보험사의 대처에 대한 불만족, 통증이 지속됨에 따른 직업적 손실 등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는 이 증례 뿐 아니라 다른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들도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스트레스 요인일 것이다.

 

이 환자에게는 침치료, 부항치료, 약침치료, 추나치료, 경근간섭저주파요법과 함께, 총 8회기의 EFT 치료가 제공되었다. 특히 EFT 치료에서는 환자의 우울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루어 환자가 가지고 있는 ‘나는 몸이 약하다’ 라는 제한적인 신념을 변화시키고, 긍정심리개입을 추가해 안정감을 갖도록 한 뒤, 영화관 기법으로 과거의 사건을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치료를 12주 동안 받은 후, 환자는 경항통 뿐 아니라, PCL-5-K, BDI, ISI로 평가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 증상, 그리고 불면증 정도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3개월 차에 추적 관찰을 시행한 결과에서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 불면은 재발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한의치료의 큰 강점은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의치료는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심신의 치유를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오늘날 교통사고 상해증후군의 진료는 물리적인 손상, 그 중에도 영상의학적 검진 등을 통해 뚜렷한 이상이 발견된 손상 만으로 보험 등을 통한 치료 보장이 제한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분들이 영상의학적 검진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지속되는 신체증상, 그리고 교통사고와 관련되거나 그 이후 환경의 변화, 사고 후 처리 등의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여러 정신증상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겪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환자분들의 진료에 있어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리는 한의 치료는 효과적이고 알맞은 치료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