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진화하는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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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진화하는 의학
  • 승인 2023.07.21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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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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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진화하는 언어

최근 본 동영상 플랫폼에서 신라 시대와 훈민정음 창제 시기 그리고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한국어 발음을 복구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100여 년 전 발음은 지금과 언어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명확해서 똑바로 들을 수 있었다. 훈민정음 시기에는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단어 사용 부분을 제외하고 잘 들렸다. 그러나 신라 시대의 발음은 마치 지금의 태국이나 베트남 발음과 같아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타임머신이 발명되어 과거로 간다고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언어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일까?

언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언어가 왜 생겼는지? 언어가 왜 다른지? 언어에는 어떤 법칙이 있는지? 언어는 진화하는지? 언어 없이 살 수 있을지? 동물은 왜 언어가 없는지? 등등 언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진화하는 언어』에서는 언어과학자들의 연구를 알기 쉽게 풀었다.

언어는 제스처에서 기원했을까? 아니면 음성에서 기원했을까? 한 무리의 아이들을 두 그룹으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whale books 펴냄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whale books 펴냄

로 나누어 제스처만 쓰는 집단과 음성만 쓰는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도 진행하려고도 했다. 지금까지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단어가 만들어진 것도 의성어 기원설, 감탄사 기원설, 집단리듬 기원설 등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개’란 단어가 개가 멍멍 짖기 때문에 ‘멍멍이’라고 하는 설로 있고, 가깝고 친숙한 표현으로 ‘개(그 아이)’라고 약속했을 수도 있다.

동물도 의사소통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꿀벌은 8자로 춤을 추고, 원숭이는 끽끽 소리를 내며, 새는 고음으로 울어 표현한다. 오직 인간만이 언어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을 생물학적 차이로 찾을 수 있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도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에 있었다고 한다.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창조물로 정의하고 있다. 언어는 음악, 예술, 문화, 종교 등과 마찬가지로 문화 일부라고 주장한다. 언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도 있다. 영어를 예로 들면, 언어를 단순하게 (주어+동사+목적어)의 구성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형용사나 부사도 때에 따라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의 구성을 맞추어 말해도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말로 표현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언어는 수천 년간 축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는 7천여 개의 언어가 있는데 대부분 열대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열대 지방에서는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홀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온대와 한랭지방에서는 재배할 수 있는 계절의 한계가 있었기에 항상 불안하였다. 따라서 이웃 부족과 교류하고 소통하여 언어의 종류가 적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어마다 제각각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어순을 보더라도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와 같은 (주어+목적어+동사) 구조가 43.3%, 영어, 독일어와 같은 (주어+동사+목적어) 구조가 40.3%, 켈트어와 같은 (동사+주어+목적어) 구조가 9.5%, 마야어와 같은 (동사+목적어+주어) 구조가 3.3%, 멕시코 후아리지오어와 같은 (목적어+동사+주어) 구조가 0.7%, 아마존 자반테어와 같은 (목적어+주어+동사) 구조가 0.3%, 자유로운 구조가 2.3%로 분류될 정도로 다양하다고 한다. 고대 언어에서는 어순을 자유롭게 표현했지만, 점차 사회에서 언어가 통용되면서 어순이 하나로 고착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처럼 다양한 언어가 인간에게 있었기 때문에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언어 없이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듯 언어는 우리 삶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언어의 생성과 역사적 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언어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의과대학에 입학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한의학 언어였다. 음과 양, 오행, 육기, 삼음삼양, 개합추 등등 처음 보는 단어와 씨름하다 보면 얼추 이해되어 유용하게 나의 것으로 만드는 부분도 있고 버리는 부분도 있다. 무려 2천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의학 용어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도 후학인과 대중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한의학도 진화 중이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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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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