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31) 맘대로 쪼대로 내 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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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31) 맘대로 쪼대로 내 멋대로
  • 승인 2023.08.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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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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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김영호 한의사
김영호
한의사

맘대로 살고 싶다. 마음 가는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그런데 ‘마음대로’라는 말에서 그 마음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다들 마음대로 살고 싶어 하지만 그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 마음이 가고자 하는 대로 사는 사람은 주변에 흔치 않은 것 같다. 나는 내 맘대로 살고 있을까?

자기 마음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바로 답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나를 구성하고 있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을 뿐더러 특정한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경험>뿐이다. 각각의 경험을 통해 반응하는 내 마음 을 보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내 맘대로 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아는 게 우선이고 그러려면 일단 경험이 필요하다.

일상 혹은 여행을 통한 직접 경험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영상이나 독서와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 알 수도 있다. 이런 경험에 대해 반응하는 자신을 살피고 관찰하면서 내 안에 담긴 것들을 하나 둘 확인해가다 보면 조금씩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나에게 주어지는 경험을 통해 점점 진짜 내 마음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마음을 확인하고, 그 마음이 편한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음대로 살지 않을 때 우리는 원인도 모른 채 불편한 경우가 많다. 처음엔 마음이 불편하지만 덮어두다간 어느새 몸까지 불편해진다. 관성이 무서운 것이 아무리 몸과 마음이 불편해도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 한다. 그곳을 벗어나는 두려움과 예측할 수 없는 불편함보다는 익숙한 현실의 불편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머무르다보면 얽매이게 되고 얽매이면 집착이 생긴다.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불편한 현실에 집착하게 된다. 삶은 원래 불편한 것을 참아내는 것이라며 평생 그렇게 머무른다. 타의 혹은 건강이상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날까지.

어느 날 갑자기 낮선 환경으로 던져지기 전에 우리는 맘대로 살아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날것의 경상도 사투리 표현을 빌려보자면 ‘쪼대로’ 살아봐야 한다. (물론 주변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라는 설명을 덧붙이진 않겠다. 당연하거니까). 평온하게 살려고 쥐 죽은 듯이 지내도 불쑥불쑥 예기치 못한 고난이 찾아와 힘든 것이 인생인데, 내가 먼저 낯선 곳으로 뛰어든다 하여 얼마나 더 힘들까. 혹여 원치 않던 상황과 만난다 해도 그건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가는 길이 된다. 그 과정에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과 재능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느닷없이 던져진 그곳에서 새로운 공부, 인연,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얽매이지 않고 맘대로 하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갈수록 내 안의 막힘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몸과 마음의 막힘이 사라지면 그것이 곧 순리(順理)다. 맘대로 하는 것들을 조금씩 늘여가며 내 안에 담겨 있던 것들을 확인해 나갈 때마다 마음은 편해지고 크고 작은 행복이 찾아온다. ‘아! 이런 것들이 내 안에 있었구나.’ 이렇게 확인된 것들을 밖으로 꺼내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매일 매일의 삶에 몰입하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취미 삼아 하다가 창업으로 대박난 사람들, 그 외에도 이렇게 제멋대로 살아보다가 길을 찾은 경우는 부지기수다.

짧은 휴가나 여행으로 해결 되지 않는 깊은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자기 안에 담긴 것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낯선 경험을 찾아 떠나야 한다. 계획하지 않을수록 좋다. 계획하면 할수록 내안의 해답과 멀어진다. 계획 없이 떠나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내 안의 진짜 목소리와 만날 수 있다. 계기가 없어 밖으로 표현되지 못했던 그 생각, 그 언어, 그 느낌이 낯선 경험을 통해 밖으로 술술 튀어 나온다. 그렇게 나는 나와 만난다.

인간이 속한 자연 생태계의 오래된 생존전략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한다. 다양한 동식물 심지어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우리의 삶이 다양한 모습을 품을수록 우리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낯선 경험을 향해 자신을 던져보는 것, 현실을 벗어나 맘대로 살아보는 것이야 말로 내 안의 다양성을 높이는 길이다.

그 모든 경험 속에서 다양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알게 된 내 진짜 모습은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내가 선택한 여행 뿐 아니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던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어쩌면 우리를 더 오래 생존시키려는 높은 차원의 계획(Big Plans)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께서도 좌충우돌 천방지축 마음 가는대로 살다가 꼭 자기만의 길을 찾으시고 이왕이면 그 길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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