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유능하고 속물적인 변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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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유능하고 속물적인 변호의 세계
  • 승인 2023.08.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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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1, 2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범죄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이미 넷플릭스 드라마 이전에도 수차례 영상화되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새 시즌 역시 광활하고 맑은 시원시원한 LA의 영상미와 묘하게 따스한 콩가루를 연상시키는 가족 형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놉시스로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얼마 전 시즌2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감독: 데이비드 E. 켈리출연: 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네브 캠벨, 베키 뉴턴, 앵거스 샘슨 등
감독: 데이비드 E. 켈리출연: 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네브 캠벨, 베키 뉴턴, 앵거스 샘슨 등

이 드라마의 제목은 직관적이다. 말 그대로 자동차 ‘링컨’을 타고 다니는 변호사 미키 홀러가 주인공이다. 그가 링컨을 타고 다니는 이유도 생각보다는 단순한데,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그의 업무 특성상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넓은 차에서 서류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원작소설이 나왔을 당시에는 링컨이 그렇게 눈에 띄는 차는 아니었을 테지만 현대시점에서는 링컨이 굉장히 눈에 띄는 클래식카이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성이 더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눈치 챘을 테지만, 기사를 대동해 링컨을 타고 일을 하는 미키 홀러는 돈이 많다. 여느 법정물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미키 홀러는 돈이 많고, 주로 돈이 많고 아마도 유죄로 보이는 사건을 도맡아하는 속물 변호사다. 시즌1에서는 부각되지 않지만 원작에서는 이 사람의 속물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딸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시즌1에서 미키 홀러가 1년 간의 공백 후 재기를 꿈꾸며 처음 맡게 되는 주된 사건이 아내와 아내의 내연남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나게 돈이 많은 IT 재벌이었고, 시즌2에서는 아예 그 IT재벌 사건으로 반쯤 셀럽이 된 미키 홀러가 유명세를 한껏 즐기면서 역시나 미심쩍은 사람을 변호한다.

그가 법정에 서기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치트키를 쓰고, 여러 부패한 면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빈말로라도 미키 홀러가 우영우나 미스 함무라비같은 법조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다보니 결과도 실은 그리 속 시원하지 않다. 물론 미키 홀러는 대단히 유능한 형사사건 변호사이기 때문에 승소, 승소, 그리고 또 승소를 반복하지만, 그가 변호한 사람들이 정말로 도덕적으로 무결한 사람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 드라마가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바로 의뢰인들이 변호인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고,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면서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미키 홀러의 재치다. 큰 사건이 하나 있고, 그 외에 자잘자잘한 사건을 진행하면서 힌트를 얻어가는 그의 추리과정이 쾌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문뜩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는 의뢰인들이 정말 무고한지 의심이 들 법도 한데, 미키 홀러는 의뢰인이 무죄인지 유죄인지에 큰 관심이 없다. 아무튼 이 소송에서 이겨야한다는 기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찜찜하다.

딱 깔끔하고, 속 시원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법정 소송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미궁에 빠졌던 퍼즐이 전부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이 속물 변호사는 앞으로 또 어떤 곤경에 처하고,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여전히 뒷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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