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가자의 비극은 어떻게 시작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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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가자의 비극은 어떻게 시작 됐나
  • 승인 2023.11.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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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중동전쟁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까삼로켓 5000발 정도를 발사했고, 전투원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이스라엘 땅에 낙하하여, 가자지구 인접 정착촌을 점령하고 민간인을 사살했다. 10월27일까지 이스라엘 사망자는 1400명을 넘었다. 혹자는 이스라엘판 911, 혹은 이스라엘 버전의 진주만공습이라고 했다. 즉각 이스라엘은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렸고, 전 세계 공항은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으로 귀국하려는 이스라엘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게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서막이었다.

임용한‧조현영 지음
레드리버 펴냄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중심에는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있다. 보수 빅텐트, 리쿠드의 당수인 그는 1996년부터 99년까지 13대 총리를 지낸 후 2009년에 17대 총리로 임명되어 현직총리로 재임중이다. 문제는 120석인 크네세트 의석중 리쿠드당이 32석, 극우정당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가 11석, 토라유대주의연합이 7석으로 시오니즘(팔레스타인땅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정당과 연정의 길을 선택하여 집권한 것이다. 소위 극우정당과의 연정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불허한다. IDF는 본격 지상전을 앞두고 전운은 고조되는 형국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임이 바로 노동당의 당수였던 이츠하크 라빈이다. PLO의 야세르 아라파트와 오슬로 협정을 맺어 94년 10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그였다. 95년 11월 텔아비브에서 열린 중동 평화회담 지지집회 연설 후 유대인 극우파 청년 이갈 아미르의 총에 맞아 라빈 총리가 암살된후 등장한 이가 네타냐후다. 토전사로 너튜브에서 이름이 유명해진 임용한 박사의 책은 네타냐후 이전의 이스라엘. 다비드 벤구리온, 메나헴 베긴, 모세 다얀, 아리엘 샤론, 그리고 이츠하크 라빈의 이야기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이스라엘 건국전쟁인 48년 1차 중동전쟁, 56년 수에즈 전쟁이라 부리는 2차, 6일 전쟁이라 불리는 67년 3차, 욤키푸르 전쟁이라 불리는 73년 4차 중동전쟁사를 다룬 책이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놀랍게도 1894년 드레퓌스 사건에서 출발한다. 유대인 드레퓌스가 대위로 승진하자 유대인 혐오자들은 그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우면서 재판은 시작된다. 에밀 졸라가 J’accuse라는 공개선언문까지 쓰며 프랑스 군부의 음모를 비판했지만 법정은 종신형을 선고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오스트리아 신문의 파리특파원 테오도르 헤르츨은 유대인은 이 사회에서 영원히 인정받을수 없음을 절감하고 시오니즘을 주창하며, 이스라엘 건국은 시작된다. 물론 영국 유대인협회장 로스차일드의 후원과 영국 외무장관 벨푸어선언에 기반했지만 말이다. 수에즈전쟁과 6일전쟁에는 가말 압둘 나세르, 욤키푸르 전쟁에는 안와르 사다트라는 훌륭한 조연들도 등장한다.

1차에서 4차에서 걸친 중동전쟁사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아니면 실각한다. 중동전쟁에서 아랍권은 언제나 정치의 과도한 희생자였다.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 장군들의 판단착오는 정치라는 탐욕이 어떤 차단막도 뚫고 들어가며, 건전한 판단도 부식 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얀의 수제자에서 키신저의 수제자가 된 라빈이 국방비 부담의 경감을 위해 아랍권을 분열시키되 갈등을 줄이고 협력파트너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오슬로협정에서 보여준 혜안이었다. 라빈의 사후 이스라엘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고, 호르무츠 해협이라도 봉쇄되는 날에는 유가상승과 인플레 폭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비싼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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