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출산정책 보다는 행복정책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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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출산정책 보다는 행복정책 먼저
  • 승인 2023.12.0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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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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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도서비평┃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어릴 때 상상한 나의 미래는 20대 후반에 결혼해서 자녀가 둘 있는 모습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기본값이었다. 이제 20대 후반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본값은 없다. 비혼, 딩크(Double Income No Kid), 한 자녀 가정, 한부모 가정, 동거 가정.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그 많던 두 자녀 세 자녀 가정은 그중 드문 경우이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0.78로 떨어진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영태 외 6인 지음, 김영사 펴냄
조영태 외 6인 지음, 김영사 펴냄

급격한 변화에 정부는 13년간 143조의 예산을 들여서 저출산 경향에 대처하려고 하였으나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정책의 대상이 된 세대의 일원의 내 입장에서는 정부로부터 “얼마면 되니?”라는 질문을 받는 기분이 간혹 든다. “얼마”면 “되는” 문제일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건 맞는 건가?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은 저출산에 대한 7명의 전문가가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책이다.

진화학자의 시선(장대익) – 경쟁적이며 안정적인 환경에 있는 종은 자원을 확실한 곳에 집중투자 하는 질적 투자를 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발달시킨다. 자녀들에게 분산투자 하기보다는 좀 더 적은 자녀나 자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니 경쟁에 대한 심리적인 밀도를 줄여야 출산률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현 복지정책은 복지비를 특정 지출 가능 항목에 사용하게 하기에 경쟁 지각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동물학자의 시선(장구) – 대부분의 동물은 암수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자연스레 번식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성별로 격리해 사육하면 저출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나 대사성 변화, 기후 변화, 오래도록 앉아서 있는 근무 환경이나 건강하지 않은 작업환경은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행복심리학자의 시선(서은국) – 신혼부부가 책을 몇백권 읽으며 출산을 결정하지 않는다. 행복하다, 즐거움이 빈번하다, 즉 현재 삶에 큰 문제나 위협이 없다는 신호가 아이를 낳고 키울 확신을 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의 시선(허지원) – 오래도록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하지 못한 좌절 경험을 지속하면 결혼 같은 낯설고 새로운 과제에 들일 감정적 에너지는 축소된다. 또한 아이를 태어나게 하려면 안정 애착을 경험했어야 하고, 물질적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하며, 높은 수준의 심리적 건강을 유지해야 아이를 낳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며,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죄책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모가 “그럭저럭 좋은 엄마”로 가족 내에서 편안한 행복감을 느낀다면 현재의 비혼이나 비출산 문제의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의 시선(송길영) – 현대는 자식 교육의 투자 대비 효과가 낮은 세상이며, 그 투자효과도 ‘효도’로 돌려받는 식의 묵시적 계약도 성립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녀, 위아래 세대를 더블케어하는 짐을 지게 된 기성세대의 모습에 새로운 세대는 “엄마처럼 안 살아”라고 선택하는 것이다.

역사학자의 시선(주경철) – 사회병리학적 인구감소를 보인 역사적 사례로는 90년대 러시아를 볼 수 있다. 사회 안전망의 붕괴와 부정적 사회현상이 인구 감소에 선행되었다. 이에 반해 프랑스는 인구감소 현상이 일찍이 시작되었다가 느슨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변화에 필요한 새로운 제도와 관습, 도덕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며 그 끝에 새로운 균형을 찾을 것이다.

인구학자의 시선(조영태) – 재생산 본능보다 앞서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인간은 자원이 부족해 본인의 생존이 어려운 경우는 절대 재생산을 우선하지 않는다. 재생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은 나와 내 옆의 경쟁이기도 하고 나와 내 후속세대의 경쟁이기도 하다. 생명체로 재생산과 생존 중 어느 쪽을 우선하는지는 생태학적인 고리를 형성한다. 인간은 다른 생물에 비해 생각하는 능력을 월등하게 가져, 심리적인 밀도, 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얼마면 되니”라는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두 심리학자의 의견을 늘 체감하곤 한다.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언제나 존재한다. 출산지원금이나 양육비 지원은 이미 한 결정을 응원해 주긴 하지만 새로운 결정을 내릴 정도는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덜 치이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143조가 쓰였다면 현재는 좀 더 나아졌을까, 과연 그런 방법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김린애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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