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사람과 자연, 환경의 조화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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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사람과 자연, 환경의 조화를 생각하다
  • 승인 2023.12.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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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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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도서비평┃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회색빛 도시를 통과하며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가장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많이 살고 있지만, 실제 아파트는 ‘공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구마다, 사람마다 단절된 공간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건물들은 사람의 생각을 담아 지어지지만, 사람이 만들어 낸 건물들이 이루는 공간과 환경은 다시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 주변에 있는 비슷비슷한 모양의 네모난 회색빛 건물들을 바라보며, 도시의 환경과 우리네 삶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

최근 단풍이 든 나뭇잎이 마저도 떨어진 어느 늦은 가을, 도시를 잠시 떠나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SAN, Space, Art & Nature)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산 높은 곳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주차장에서는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높은 돌담에 둘러 싸여 건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입구를 지나면 산을 배경으로 넓은 평원에 큰 조형물들이 반기지만, 여전히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방문객들을 담을 따라 오솔길을 따라 조붓이 걷게 합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붉은색 조형물을 대문 삼아, 산과 하늘과 돌담 건물이 마치 하나인 듯 방문객을 평화롭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외벽은 파주석으로, 안쪽은 노출콘크리트를 블록처럼 쌓아 만든 공간은 인공조명이 아닌 태양빛이 지붕 아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조금 어두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실 콘크리트는 도시 건물의 상징인데, 박물관에서 마주한 콘크리트벽은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더군요. 건물과 건물이 연결되는 사이에는 세모, 네모, 원 모양의 하늘이 열려 있는 중정이 있어, 깊은 숲속을 거니는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뮤지엄이란 본래 전시물들을 보기 위해 오는 공간인데, 이곳은 왠지 전시물 뿐 아니라 방문한 사람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신기한 경험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뮤지엄의 설계자는 빛과 물의 건축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안도 다다오”입니다.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이런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나, 건축가가 안도 다다오”라는 그의 자서전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전통적인 교육 경로를 따르지 않고 어린 시절 경험을 밑천 삼아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여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 어떻게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건축 하나하나에 담긴 그의 건축에 대한 철학이 잘 담겨 있습니다. 특히, 그의 첫 작품이었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에서부터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 나오시마의 미술관 등 그의 꿈을 구현한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각 작품의 설계 배경, 구조, 그리고 그가 의도한 예술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건축물들은 멋지게 보이기 위해 도드라져 보이는 것보다 주변의 자연 환경과 어우러짐을 추구합니다. 건축물 자체의 목적을 구현하되 그 안에 항상 사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그의 분신과도 같은 건축물들에 대한 그의 철학의 기저에는 “남 흉내는 내지마라. 새로운 걸 해라.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라.”라는 1960년대의 시대정신이 깔려 있다고 합니다. 그의 건축학적인 특징으로 널리 알려진 노출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에도 ‘특수한 수단으로 개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무생물의 건축물이지만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공간은 무엇을 구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인간과 자연, 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도시의 공간이지만, 단절과 불통의 공간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져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되살려 보면 어떨까요?

 

박히준 /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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