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5> - 『茂山五運六氣』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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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5> - 『茂山五運六氣』②
  • 승인 2023.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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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東國運氣學의 시원과 전래과정

  2023년 올 한해 연구성과를 갈무리하는 학술행사로 한국의사학학술대회(주제: ‘생태환경과 의학사연구’)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예년에 비해 현장 참석인원은 다소 줄어들어 아쉬운 점이었으나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여서, 열정어린 분위기만큼은 여느 해 이상으로 뜨거웠다.

 ◇ 『무산오운육기』
 ◇ 『무산오운육기』

  학술발표에 이어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활용사업’의 성과물인 ‘동의보감문화총서’를 소개하는 설명회가 이어졌다. 그 자리를 통해 이번 호 대상자료인 『무산오운육기』와 간도지역에 조선의학의 일단으로서 전파된 사상의학의 면모에 대해 기술한 『일화 조선의약전파사』가 소개되었다. 또 사암침법의 오의를 풀어내어 대중매체를 통해 한방건강지식을 보급하는데 크게 공헌한 금오 김홍경의 일생을 조명한 ‘금까마귀, 사암침법의 수수께끼를 풀다’의 저자 정유옹 원장의 저자초청 간담회도 즉석에서 마련되었다.

  전호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동국 오운육기의 시원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 한 토막을 풀어내 보기로 하자. 지난 사연을 되짚어보자면, 이제마의 마지막 제자 최겸용으로부터 『동의수세보원초본권』과 『격치고』, 『동무유고』등 다수의 저작을 손수 등초해 와서 사상의학의 일맥을 이루었던 魯山 金九翊(1880~1969).

  그는 구한말 용정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선대부터 친교가 깊었던 같은 동네 安亨來라는 학자에게 의탁되어 의학에 입문하게 되었으며,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 끝에 점차 명의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그가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윤초창의 발자취를 따라 무산 지역으로 옮겨가서 오운육기법을 익히게 되었다.

 이 동국운기법은 그 옛날 연산 출신의 윤동리가 함경도 무산군 연사읍 태기절수라는 오지로 들어와서 남교감이란 이에게 배운 것인데, 그는 거기서 의원 노릇하면서 독자적인 오운육기학을 개창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오운육기의 뿌리를 찾아 한걸음 더 더듬어 올라가보면 『鶴陰祕訣』이라는 책으로 소급된다.

  여기서 『학음비결』의 저자로 추정되는 학음이란 당호를 쓰는 분은 두만강 건너 훈춘 지역에 살았던 학자로 복술, 운기, 점복, 관상 등 다방면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실명이나 자세한 사전은 전해지지 않으며, 윤동리가 친견해 배웠는지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18세기 이전에 생존했던 학자일 것으로만 추정할 수 있다.

  김구익이 1950년대 이 책을 발굴하여 지니고 있었는데, 그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가져갔다가 현재는 소재가 불분명하다고만 전해질 뿐이다. 지나간 옛일이나 이미 돌아간 인물을 추적하기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용이하지 않다. 게다가 사전이나 저작이 확실하게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마리조차 얻어내기가 어렵다.

  충청도 연산에 뿌리를 둔 윤동리가 하필 함경도까지 찾아가서 오운육기를 전해 받는 전래과정도 풀어야할 의문점이거니와 그 모태가 되었다는 『학음비결』이란 비서에 이르러서는 아득해 지는 느낌이 들 뿐이다. 그러나 인물과 저작이라는 실마리가 존재하니 언젠가 의문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편 출생일과 입태일을 추산하여 처방하는 운기방에 대해서는 김구익도 납득하지 못할 용법으로 여겼으며, 오직 윤동리가 지은 『草窓訣』만을 신뢰하였다. 수리로 풀어서 용약하는 방법은 진주사람 鄭泰夏란 인물이 만든 것이며, 광복 직전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한때 만주와 북한에서 유행했으나 이제 따르는 사람이 없고『초창결』도 쓰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현지 학자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오운육기는 동국의학의 독자적인 면모로 인정받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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