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양 극단의 시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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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양 극단의 시선 사이
  • 승인 2024.01.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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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괴물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출연 :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나 사회, 젠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것 같은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로인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무조건 자신의 입장만을 먼저 주장하면서 조정 불가의 다툼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그렇다보니 자동차 관련 이야기에나 사용될 법한 ‘중립기어를 박아라’는 말들이 유행하면서 나름 극단적인 평가들을 피하려는 자정의 노력이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용기를 내 찾아간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한 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한다. 한편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영화 <괴물>은 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순히 영화의 공간 설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영화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2022년 <브로커>를 비롯하여 유수의 작품들을 연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 <괴물>은 마치 구로사와 아끼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하나의 사건을 세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객 스스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도록 하고 있다. 사실 첫 번째 챕터는 학부모의 시선에서, 두 번째 챕터는 교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담으며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2023년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과 매칭 되며 약간의 공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담은 세 번째 챕터는 비로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엄청난 여운을 남기게 된다. 솔직히 감정이 메마른 상태의 필자는 학부모나 교사의 입장에서 무언가 속 시원하지 않은 상황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며, 제목처럼 누가 괴물인가를 찾기에 급급했다가 영화가 끝난 후 먹먹한 감정이 울컥 느껴지며 실로 오랜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혹자는 영화이기에 가능한 상황 설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선에 따라 계속 되는 반전의 이야기들은 단면만 본 채 일방적인 시선과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한 번 쯤 되돌아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기교 없이 있는 그대로 덤덤하지만 곱씹을수록 많은 생각을 느끼게 하는 연출의 달인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통해 2024년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영화 속 대사처럼 몇몇 사람만 가지는 행복이 아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느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또한 아역 연기자들의 순수한 미소와 함께 영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의 <Aqua>를 끝까지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진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2023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으며, 다양성 영화로는 드물게 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강력 추천 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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