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0> - 『經驗秘方集大成』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1090> - 『經驗秘方集大成』②
  • 승인 2024.01.2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秘藏獨用하는 靑瓦工의 극복

  전호에서 미처 못 다한 비방공개의 취지를 되새겨 보기로 하자. 편저자인 윤완중은 머리말에서 “선배의 良方이 각각 자가의 비방화하여 일반업계에 널리 보급되지 않고 속담의 靑瓦工대접을 받고 있음은 소극적인 업게의 振不振보다는 일반대중의 養生扶生上 진로를 위하여 크게 유감으로 思하는바 있어 ……”라고 하며 자신이 경험방 수집 정리 작업에 착수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 『경험비방집대성』

  또한 “現下 各家가 秘藏獨用하고 있는 극히 실효적인 경험비방을 집대성해서 사학계와 사업계에 널리 공개할 수가 없을 까하는 생각으로 현업인사 제씨에게 이 뜻을 廣問하였드니 천만의외에도 이 사람의 저의를 이해하여주시는 분이 많아서 이제 본서 한방경험방집대성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 …… (중략)”이라 하며 한의계 전반에 수장된 경험방을 광범위하게 조사 수집하였다고 밝힌다.

  저자 윤완중이 밝힌 취지는 다음과 같다. “현대의 동업자제선배가 과연 청와공의 범주를 벗어나서 醫者仁術이라는 궤도에서 건투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음과 동시에 사도의 장래에 서광이 비춰있음을 가일층 반가워하며 경험방을 잘 이용함으로써 환가대중으로부터의 한방의존력이 새로운 방향에서 더욱 증대될 것은 물론 일반의 한방관이 是正되어올 것을 저자는 深信하여 마지않아서 玆에 수집된 全方을 보내주신 그대로 上梓한 바이오니 애독 애용하여 보시기를 바라며 이 자료를 허심탄회하게 보내주신 제 선생에게 심심한 謝意를 표하면서 본서를 세상에 보내게 된 동기와 결과를 贅附하여 둔다.”라고 발간에 앞선 소회를 피력하였다.

  위의 글에서 청와공이란 색다르고 의미 있는 용어가 등장한다. 또 다른 말로 靑瓦匠이라고도 불리는데, “특별한 기술을 자기만 알고 남에게는 알려 주지 아니하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서 자기만 아는 특정 기술이나 비법, 비방 등을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행위를 비유해서 일컫는 말이다.

  청와공에 대한 고사가『漢京識略』이란 책에 전해지고 있는데,  정조대 학자 유득공의 아들인 유본예가 19세기 조선의 수도 한성의 역사와 건물, 명소와 풍속 등 여러 풍물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중 궁궐 밖에 소재한 여러 기술관청(闕外各司) 가운데 기와를 구워 궁실에 납품하는 瓦署조에 기재되어 있다. 와서는 상의원, 선공감, 장원서, 조지서 등과 함께 工曹에 속한 기술관서이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조선 건국초에 기와를 굽는 장인이 한 사람 있었는데, 푸른빛이 도는 유리기와(綠琉璃瓦)를 구울 줄 알았으므로 궁실과 전각을 모두 청와로 덮을 수 있었다. 그 기와장인이 오로지 혼자서만 기술을 지니고 이득을 독차지하다가 술법을 전수하지 않은 채 죽고 말았기에 지금에 이르러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술을 감추어두고 알려주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세속에서 청와공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권미에는 20항에 걸친 정오표를 별첨하였기에 발행에 앞서 끝까지 오류 교정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비방을 공여한 인물로는 조명성, 강영철, 윤규철, 주정훈, 김정주, 이진숙, 윤주봉, 맹화섭, 오봉록, 김장범, 전봉화, 황계선, 이명한, 허재숙, 장경옥, 민원식, 유병업, 박기문, 최규만, 이성숙, 우종춘, 한남수 등이며, 동경에서 栗原愛搭, 鹽田廣重, 홍콩의 陳居霖도 동참하였다.

  필자가 구해 본 전본은 대한한의사회 회장을 지냈던 안학수의 구장서로 자필서명과 인장이 찍혀있다. 또 책장 사이에서 그가 운영했던 명성한의원이란 명칭과 ‘한의사 안학수’란 성명이 인쇄된 처방전 양식이 들어있어, 자주 응용했던 애장서임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