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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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 되고 싶어”
  • 승인 2024.01.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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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인터뷰: WHO 전통의약 기술관으로 근무 시작하는 한은경 한의사. 

“잘 발달 된 전통의학, 결국 높은 수준으로 통합된 의료체계서 필수”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해 WHO 전통의약 기술관으로 선발 된 한은경 한의사. 그는 소규모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인구집단 기반 사업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졌고 마침 모집 공고를 접해 지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최근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파견 기술관으로 선발됐다. 지원 계기와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가.

2021년에 보건학 박사 논문을 디펜스했다. 건강보험공단 노인코호트 자료를 사용했는데,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감사의 글’을 적는 순서가 됐다. 식별할 수 없게 개인정보를 삭제해 연구 목적으로 처리된 데이터이지만, 그 숫자 뒤에는 실제의 환자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글로나마 드렸었다. 그 당시에 임상의로서 환자를 보면서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결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현실에서 임상현장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다 담을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통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그간의 학위과정에서 경험한 것들을 활용해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된 실무적 주제들을 다루어 보고 싶었다. 특히 한국의 사례가 국제적인 맥락에서는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 내가 속한 존스홉킨스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무와 연결하고 싶었고, 소규모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인구집단 기반 사업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 마침 WHO 전통의약 기술관 모집공고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온라인에 공개되었기에 지원하게 됐다.  
잘 발달 된 전통의학은 결국 높은 수준으로 통합된 의료체계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WHO에서도 회원국들의 전통의학 활성화 정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프로파일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상위단계의 근거들을 확보해 나가는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통합의료가 잘 작동하기 위한 구성요소와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UN의 접근방식을 익히고 나 또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을 돌려서 10년 전, 존스홉킨스 보건학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떠날 때, 본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현실적인 한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것과 ‘한의학의 현대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언어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부산한의전 1학년의 각오를 회상하기도 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본다면.

2014년 미국에 나가기 전에 민족의학신문에서 인터뷰를 해 줬는데, 지금에 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그 당시에 서투르게나마 각 개개인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던 시절 같다. 석사를 마친 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정책지원을 했고, 그 이후에는 ‘무엇을’에서 ‘어떻게’로의 고민이라고 할까. 나 나름대로는 일차의료의 접근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박사과정에서 지속성(continuity), 즉 사람들이 일정기간 동안 의료기관을 이곳저곳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안정된 관계를 갖고 소수의 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의료행태의 가치를 계량적으로 측정했다. 
한편, 전통적으로 한의학 문헌에서 다루어왔던 개념들을 환자분들과 실제 임상에서 공유하는 과정에서는 환자 교육 콘텐츠를 많이 고민했다. 개원 임상의로서 정책연구를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개원하기도 한 경기도 고양시를 기반으로 경기도한의사회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한의사의 활용에 대해서 많은분들과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의 활동을 토대로 민족의학신문에 <모두의 보건사업>이라는 연재물도 구상하여 내놓을 수 있었다.
 

▶그간 한의전을 비롯 각종 학회와 학술·정책세미나 등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의 및 발표했으며, 민족의학신문에 <모두의 보건사업>이라는 꼭지로 공공의료와 한의약의 역할을 제시해 주기도 했는데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그간, 지역에 사는 분들이 제 가족이고 또 날마다 뵙는 환자분들이다 보니 우리 공동체의 생활이 더 나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개원의 생활을 마감하고 WHO 직원으로서의 출발을 앞두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의 경험을 활용하여 다양한 지역사회의 건강지표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모두의 보건사업> 연재를 하면서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았는데 이는 오늘날 의료인으로서 한의사도 ‘현대적 언어로 소통하고 싶다’는 고민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통의 언어는 다름 아닌 도구이며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있다. 통합의료는 이러한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구현할 수 있는, 쉽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앞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해서 폭넓게 공부하면서 제가 처음 고민했던 지점인 통합적 일차의료의 접근성을 향상하여 다가오는 국제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서도 노화와 관련된 건강지표들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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