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36) 인상적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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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36) 인상적인 경험
  • 승인 2024.02.0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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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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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의사
김 영 호
한의사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라’ ‘벌써 1년이 지나버렸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많이 듣게 되고, 공감하는 말이다.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1년이 지나있고, 출근하기 싫다며 월요일 아침을 보냈는데 어느 새 일요일 저녁이다. 특별한 일 없이 일상을 살아내는 어른들에게 시간의 흐름은 매우 빠르다. 이 현상은 점점 심해져 노인이 되면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의 시계는 빨라진다.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시간의 흐름 위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른들은 경제적 자유가 삶의 목표인 경우가 많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다들 ‘돈,돈,돈’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 난 후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지 않다.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일을 하지 않고 여행만 다니는 것도 어느 순간 무료해지고, 원하던 집이나 차, 명품을 모두 소유하고 나서도 그 행복감은 길지 않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큰돈을 벌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겠지만 우리 대다수는 그만큼 큰돈을 벌기 어려울 테고 내일 그리고 내년, 10년 뒤에도 아마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경제적 자유보다는 일과 함께하는 삶의 목표가 더 현실적이다.

◇이 칼럼 내용을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이 칼럼 내용을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그 어떤 소유도 행복과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기에 삶의 목표가 소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소유로 인한 행복감은 일시적이고, 가지면 가질수록 행복의 지속기간은 짧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소유를 통해 순간적인 행복감을 누리는 상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유 자체가 주는 행복감보다 그 소유의 경험을 주변에 과시할 때 더 큰 것일지도 모른다. 간절히 가지고 싶은 것을 소유하게 되더라도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그 행복감은 길게 가지 않는다. 그 소유물을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에 대한 감정적 경험이 엄청난 도파민을 분비하고 그것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소유보다는 경험에 가깝다.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을 하느냐’가 자신의 삶에 대한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목표를 이렇게 잡아보았다. <인상적인 경험을 쌓아가자> 인상적 경험은 인생의 시간 위에 기록되고, 그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관적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

인상적이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인(印)이 도장을 뜻하고 상(象)이 그림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도장처럼 콱 박힐만한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이 입력될 때 뇌는 인상적인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쌓인 인상적 경험들은 어제와 오늘은 구별시켜주고, 작년과 올해를 분명하게 나누어 준다. 이렇게 구분된 시간들은 마치 학창시절의 한 학년처럼 하나의 블록이 되고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며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또래보다 젊어 보이며 실제로도 건강한 경우가 많다.

늘 똑같은 하루만 반복하다간 5년 혹은 10년이 하나의 색으로 묶여버리고 그만큼 인생의 시간도 빨리 지나버린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내 삶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지 않으려면 인상적 경험들로 인생의 시간이 구분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과 사람, 그 때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모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색감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색이 다양하면 할수록 인생은 만족스러워지고 행복해진다. 돈이 많아야 풍족한 것이 아니라 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갈 때 제대로 풍요로워진다.

<인상적인 경험을 쌓는 것>은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이정표가 된다. 매 순간 ‘할까, 말까’의 고민 앞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내 인생에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의 기준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다보면 우연히 찾아온 만남, 모임, 여행의 기회들을 그냥 지나쳐 보낼 수 없게 된다. 우연한 기회와 인연은 대부분 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만한 이유가 있어서 나타나기 마련이고 인생의 성공은 우연을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경제적 자유를 이룩하고 자본주의를 졸업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대부분의 우리라면 삶의 목표를 돈 보다 <인상적 경험>에 두면 어떨까. 그 동안 살아왔던 내 삶의 방식과는 다르게 새로운 기회 앞에서 ‘인상적인 추억이나 하나 쌓자’는 마음으로 소소한 경험을 하나 둘 쌓다보면 단조롭기만 하던 일상이 어느새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가 들어 생이 끝나는 순간에 잠시 가보자. 고요하고 긴 잠에 들어가려는 그 순간,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소유했던 것들일까. 아니면 내가 인상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일까.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삶의 목표는 더욱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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