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읽는 동의신정(23)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 개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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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함께읽는 동의신정(23)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 개발되다
  • 승인 2024.02.0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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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한국 인구의 빠른 고령화 및 치매환자 증가에 따라, 치매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정부의 치매환자 관리 전략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번째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앙 집중형 관리 (예, 치매안심병원)이고, 두 번째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동원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여, 치매환자가 중증화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후자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에서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고, 예정대로라면 2024년 7월부터 이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시범사업의 내용은, 참여 의사가 개별 치매환자를 체계적으로 치료 및 관리하고, 다른 만성질환 등 건강문제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신경과 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뿐 아니라, 치매전문교육 이수 의사도 이 시범사업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

이 사업은 예방적 관리와 통합적 관리가 중요 요소이고, 한의사는 이를 위한 적임 의료인력 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한의사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증가하고 있는 치매와 관련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한의계 내부의 역량 강화와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4권 4호에 발표한 논문은 한의표준임상경로에 기반한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 개발 연구로, 연구진은 2021년에 출간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근거자료로 하여,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로서의 진료 모형을 개발하였다.

권도영, 권기태, 허영진, 김동수, 조성훈. 한의표준임상경로에 기반한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 개발 연구.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34(4):359-368.

 

구체적으로 연구 내용을 보자면, 연구진은 표준임상경로 방법론을 적용하여,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및 장애인 건강 주치의 모델을 참고하였으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의 수가 틀을 기본으로 하여 이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참여기관: 지역 한의원 (치매안심주치의 소속 의료기관)

2. 주치의: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또는 치매 관리 전문 교육 이수 한의사

3. 사업목표: 경증 치매환자의 관리

4. 사업역할: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조기검진 서비스를 통해 치매 진단을 받은 고령층이 단절없이 연속성을 갖고 진료, 투약, 상담 등 체계적인 치료 및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

5. 대상자:

(1) 항치매약물 복약시 위장관계 불편감 등 부작용이 심하여 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

(2) 우울, 불안, 불면 등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여 인지기능 저하, 행동심리증상의 발생이 장차 우려되는 환자

(3) 행동심리 증상이 발생하였으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과도한 진정에 따른 부작용이 심한 환자

(4) 기타 치매안심센터에서 한의 치매 안심주치의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치매환자

6. 알고리즘:

 

사업내용을 보면 치매환자의 관리에서 한의치료의 독특한 강점을 몇 가지 확인해볼 수 있다.

먼저, 대상자에서는 기존 항치매약물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포함되어, 이들이 흔히 경험하는 위장관계 불편감 등의 이상반응이 있을 시, 환자 및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의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치매환자의 행동심리증상, 소위 BPSD 관리에 있어서도 여러 치매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약물요법을 우선시하라는 강력한 권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는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분들을 빈번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권고와 임상 간의 격차(gap)를 좁히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안전한 한의치료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인지기능 평가나 행동심리증상, ADL 평가 뿐 아니라, 고유한 한의 평가척도인 혈쇠척도, 설진, 맥진, 수양명경락기능검사, 맥전도 등의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포괄적으로 평가하므로, 치매관리주치의 사업에서 추구하는 치매환자의 통합적 관리의 모습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치료 측면에서는 근거 기반으로 개발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 권고되는 다양한 한의치료 뿐 아니라, 이완법과 자가요법의 교육,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법, 양생법의 교육도 한의 치매 안심주치의의 고유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구진은 이 모형을 바탕으로, 추후 한의원 뿐 아니라 한방병원, 치매안심병원, 치매안심센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치매 안심 한의주치의 모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들이 고찰한 대로, 이후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가적인 보완에 참여하여 검토되고 수정된다면, 현 모형의 근거 수준이 향상될 것이고, 많은 한의사들이 이 치매 안심 주치의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 역시 한국이 겪고 있는 전례 없는 치매 관련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데 한의인력이 기여하는 것을 가속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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