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배움의 길, 다시 선생(先生)의 의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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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배움의 길, 다시 선생(先生)의 의미를 생각하다
  • 승인 2024.02.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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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최재천의 공부

저는 “선생(先生)”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이는 “교수(教授)”라는 말보다 좀 더 정감이 있어 좋습니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교수는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학생들은 이미 더욱 뛰어난 정보 접근 역량을 갖고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최재천‧안희경 지음,
김영사 펴냄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많은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과목은 뼈, 근육, 신경의 이름 등 인체의 구조와 세부명칭까지 외울 것이 참으로 넘쳐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선생으로서 저는 학생들에게 지식보다 주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인체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이것은 강의 슬라이드에 첫 장 입니다. 학생들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공부하며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길 바랍니다.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스스로 찾아가다보면 스스로 큰 길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여기에 재미는 덤으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둘째, “왜” 배워야 하는가를 늘 생각하길 기대합니다. "왜 해부학을 배워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인체의 구조는 움직임의 범위와 신체기능을 결정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이해하고 치료 원칙을 정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과목”이라는 동기를 스스로 찾게 되길 바랍니다. 세부구조를 공부할 때에도 "이 구조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떤 기능과 관련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저의 기억에 있는 해부학은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지금 학생들도 외우기에도 마냥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에 대한 호기심에 따라 왜 그런지를 생각하며 공부하다보면 오히려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기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시인하겠습니다! 실재 저의 강의는 이런 저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저의 의도와 다르게, 인체 구조에 대한 정보량 자체가 많다보니 "외우시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지식전달자가 아닌지 반성이 됩니다. 그러나 최근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을 읽고 교육과 배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와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대담을 담고 있으며, 배움의 중요성과 교육의 방향에 대해 통찰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 교수님은 교육과 배움에 대해 늘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회문제를 해부하고 미래를 기획하고자 둘러 앉아 토론하다보면...그 어떤 문제든 결국 교육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현재 입시 위주, 성공 지향 교육의 문제를 인식하고 배움에 대한 철학을 재설정해야만, 결국 사회문제의 해결과 건강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공부의 뿌리, 공부의 시간, 공부의 양분, 공부의 성장, 공부의 변화, 공부의 활력이라는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의 경험과 삶을 위한 배움에서 시작해서, 결국 개인을 넘어 공존의 사회 나아가는 확장성을 지향합니다.

이 책에는 배움의 범위와 시야를 더 넓혀주는 반가움이 있습니다. 최 교수님의 솔직하고 담백하게 학문적 경험과 실패 그리고 성공과정에서 얻게 된 통찰을 통해, 결국 결과보다는 호기심을 따라가며 얻게 되는 배움의 즐거움이 삶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배움은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행동과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질 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부제인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결국 배움이란 호기심을 갖고 꾸준히 찾아가는 과정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先生)"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진정한 선생은 "앞서 실패와 성공 경험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배우고 실천해 온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선생으로서의 길은 아직 멀고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동시에 배움의 길에서 평생 동안 추구할 가치가 있는 목표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귀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박히준 /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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