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3> - 『秘傳神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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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3> - 『秘傳神方』③
  • 승인 2024.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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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田園살림에 유용한 白荷鹽 제조법

  이제 이 책의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경험방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기관단방 다음으로 험방비급편이 등장하는데, 첫 머리에는 남양 이현길이 지었다는 마진방이 먼저 등장한다. 마진방은 청대 의가 陳復正의 『幼幼集成』에서 절록한 痲疹骨髓賦를 덧붙인 것 이외에는 대부분 동국 마진경험이 집약된 痲疹別方이 주축을 이루며, 선행문헌을 그대로 채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진 경험방에 대해서는 여타 마진의서에서 자주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특이처방만 소개하고 장황한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우선 마진별방편 始痛治法에 수록된 祕傳解毒湯과 녹두차를 필두로 발반의 마씨소독음, 칠물승마환, 왕씨황련지모탕, 소반의 하간양격산, 餘症의 楚氏柴四湯, 疳類에 象牙散, 창류에 生肥散, 消斑後泄者에 銅壁山人黃芩湯, 학질에 비전별갑탕이 새로워 보인다.

 ◇ 『비전신방』
 ◇ 『비전신방』

  끄트머리 여증편에는 秋牟(가을보리)와 木麥, 栗皮, 蔥白根을 활용한 경험방이 등장하며, 『광제비급』에서 채록한 가미패독산과 연교패독산, 소갈탕이 수록되어 있다. 또 畢疫後란 항목이 있는데, 역병이 그친 뒤 다시 血痢가 쏟아지고 신열, 복통이 생겨 갑자기 죽을 지경이 된 경우에 황금작약탕을 쓰는 방법이 붙어있다.

  앞 항목에 이어 新編이란 항목도 보이는데, 마진과 두역을 가르는 기준과 원인설, 기혈허에 따른 감별치법 등 원론적인 치료법을 기재해 놓아 앞에서 미처 수록하지 못한 기본적인 원인치법을 추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마진방편은 인용과 경험이 분명히 구분되지 않아 일관된 체계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쉬운 흠결이다.

  마진방 이후로는 頭部로부터 시작하여 이, 안, 비, 구, 인후, 흉, 심, 복, 요각의 차서로 주로 단방 위주의 경험방이 병증별로 열거되어 있다. 또 수면, 풍, 궐역, 광간, 사수, 학질, 대소변, 치질, 이질, 설사, 곽란, 해수, 음식 등 각종 병증목이 이어지는데, 항목간의 계통성을 찾아보기 어려워 문헌에서 채록한 것은 아닌 듯하다.

  잡병은 상한, 서병을 필두로 온역, 창종, 옹저, 諸瘡痂疥, 은진, 부종, 황달, 한습, 각기, 구급사, 금창, 오탄제물, 절상, 장상, 파상풍, 제중독육독, 대풍창, 종창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아마도 수시로 경험방을 채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험방편 역시 전혀 전거를 밝혀놓지 않았기에 출전을 알아보기 어렵다. 대개 병증항목은 단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一方’이란 이름의 별항을 두어 동일 병증에 대한 각종 약물용법을 기재해 두었기에 민간 용약경험을 기반으로 채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약재는 민가에서 찾아 쓰기에 용이한 것들이다. 예컨대, 두풍에 위령선, 녹두, 瓦盆이라든지, 이농증에 피마자, 鷄脂, 龜尿, 鯉膽, 九節菖蒲, 혹은 치통에 麻葉, 蝟毛, 露蜂房, 白蜜, 인후에 녹두죽, 乾柿, 梨汁, 苦竹茶 등 한눈에 보아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약재거나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식치방으로 되어있다.

  특이한 것은 흉복통에 白荷鹽 가루 2숟갈을 미온수에 복용하면 토하더라도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백하염은 『동의보감』아치문 단방에 固齒方으로 등장하지만, 그 제법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 그 제조법은 유중림편『증보산림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식염을 분량에 상관없이 생지황즙에 섞어 둥글게 뭉쳐, 연잎(荷葉)으로 겹겹이 싸고 풀 끈으로 여러 번 묶어서 고정시킨 다음, 땔나무에 불을 붙여 태운다. 연잎은 곧바로 타버리고 소금덩어리를 거두어 살펴보면, 마치 돌처럼 단단하여 큰 조각으로 쪼개진다. 다시 숯불 속에 넣어서 빨갛게 태운 다음, 저절로 식기를 기다리면 색깔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약소금 제조법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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