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불안한 외로움보다 느긋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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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불안한 외로움보다 느긋한 고독
  • 승인 2024.03.1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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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외로움의 습격

한 달여 전 아내가 친구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고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손뜨개로 만든 하얀 컵받침과 책 두 권에 불과(?!)한데도 행복에 겨운 표정을 보이더군요. 잠시 갸우뚱 의아해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로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큰 아이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외로움의 습격』을 선택했다는 카톡을 보고 저 또한 감동의 쓰나미에 빠졌거든요. 역시 선물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사실! 아무튼 아내는 완독 후 제게도 건넸고, 저는 어쩔 수없이 집어 들었는데…. 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라면 자제들의 전공과 관계없이 무조건 읽어봐야 되겠더군요.

김만권 지음, 혜다 펴냄

지은이는 땅에 발 딛고 선 철학을 하고파 정치철학을 한다는 경희대학교 김만권 교수님입니다. 이제껏 『새로운 가난이 온다』·『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등 10여권의 책을 내셨다던데, 그동안 정치 관련 책은 거의 읽지 않았던 탓에 성함이 생소하더군요.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진 않은데, 소위 ‘입벌구’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신물이 나서 정신건강을 위해 일부러 멀리 하려 했지요. 물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우리 국민들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 구성원이기에 최우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가 정치여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나뉩니다. 1장 「‘외로워진다’는 것」에서는 ‘외롭다(lonely)’의 탄생·정의·위험한 이유를 살펴보고 현재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려줍니다. 세익스피어가 『코리올레이너스(Coriolanus)』에서 처음으로 등장시킨 이 단어의 의미가 ‘어렵고 힘들 때 나를 인정하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느낌, 그래서 이 세계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임을 감안하면, 굳이 각종 보고서의 통계치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가난한 1인 가구 청년 세대가 얼마나 외로움에 사무쳐있을지 짐작할 수 있지요. 2장 「외로움이 ‘디지털’을 만날 때」와 3장 「데이터가 ‘편견’을 만날 때」는 인공지능·빅데이터·챗GPT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현황을 보여줍니다. 반대급부로 분배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인간관계는 더욱 황폐화되고 있지만…. 4장 「외로움이 ‘능력주의’를 만날 때」에서는 일견 정의로워 보이는 능력주의가 기실 외로움을 부추기는 주범임을 밝힙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능력주의는 중숙련 일자리를 감소시켜 소득의 양극화를 부채질함으로써 중산층을 더 줄어들게 하잖아요? 마지막 5장 「외로움의 ‘습격’,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기본소득·기초자산·디지털 시민권 등을 통해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저자의 제안인데, 문외한일지라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겨졌습니다. 결국 정치가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인데….

한 달 후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총선일 것 같습니다. 진정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혁신시킬 수 있는 참 일꾼이 많이 당선되면 좋겠습니다. 해서 젊은이들이 불안하게 ‘외로움(loneliness)’에 치를 떨기보다 느긋하게 ‘고독(aloneness)’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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