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합리적 불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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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합리적 불신에 관하여
  • 승인 2024.04.1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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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감독: 장 마크 발레출연: 매튜 매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등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매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등

로데오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그리고 방탕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론 우드루프는 어느날 좀 재수없게도 전기불꽃을 맞는 사고를 받게 된다. 그 정도 사고야 직업적으로 있을 법 한데....병원에 왔더니 뜬금없이 에이즈 환자란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죽는다.

당연히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신약을 받아먹었다. 그러나 론의 몸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통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선다.

1. 죽는다

2. 산다

그야말로 TO BE OR NOT TO BE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론 우드로프가 택한 방법은 3. 최대한 늦게 죽는다 였다.

1번과 3번이 무슨차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1번은 내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있다. 그래서 그냥 “산다”. 그러나 3번은 나는 곧 죽을 것이고, 그래서 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고군분투하며 “생존기간을 늘려간다”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3번을 택한 우드루프는 조금 더 생존하기 위해 물불 사리지 않는다. 언젠가 떨어질 것이 분명한 로데오에서 조금 더 오래 버티려하듯이.

시한부는 우드루프라지만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시한부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이 방법이 옳은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합리적인 의심이고 최선의 선택이면 다행이다. 그러나 단순히 근거 없는 불신에서 오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면 그건 날뛰는 소 위에서 손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다소 거친표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의 특성을 살려서 표현하자면 ‘더러운 제약회사와 그놈이 그놈인 윗대가리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느낌적인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근거없이 좋아보이는 느낌’에 취해 무책임한 선택을 하게 될 위험도 지니고 있다.

이런 주제가 나올 때마다 자연스레 ‘면역에 관하여’가 떠오른다. 그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코로나19를 겪고 예방주사를 비롯해 과학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지금으로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돼버렸다.

의사 말을 무작정 따를 수는 없지 않느냐, 의심해봐야 하지 않느냐, 단순히 이런 질문은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류의 생존에 관한 한 의료인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은 의료인의 말을 신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문가의 발언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다음이 진짜다. 단순히 전문가의 말이 거짓이라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드루프처럼 철저하게 조사하고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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