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47] 桑韓醫談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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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47] 桑韓醫談②
  • 승인 2005.05.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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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醫 奇斗文의 行跡은 어디에

前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책은 1711년(肅宗37) 조선통신사의 일행으로 일본에 갔던 조선 醫官 奇斗文과 日人 의사 北尾春圃 사이에 행해진 의학문답을 기록한 것이다. 전체는 상하 2권 2책으로 나뉘어져 있고 약 90쪽 분량이다. 원본은 1713년 皇都書林에서 万屋喜兵衛가 인쇄한 것으로, 현재 宮內廳 內閣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영사하여 입수하였다.

하권에는 北尾春圃와 그의 아들 사이에 벌인 문답도 실려 있는데, 세 명의 아들까지 동반하여 면담을 신청할 정도로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 그는 교토와 나고야 사이에 위치한 濃州 大垣에서 활동하였는데, 그 지역은 다행히도 사절단이 江戶를 왕복하는 길목에 있어 찾아가기가 용이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문답의 상대역이었던 奇斗文에 대해서 이 책에 보이는 것 이외에 아직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간단하게 『상한의담』에 실린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본문에는 약재의 감별로부터 시작하여 환자의 치료와 의학이론에 대한 자문, 의학서적의 저자와 간행상황에 관한 질문, 양국의 의료제도 및 의관들의 지위, 의학을 공부하는 방법, 의학이론의 타당성 등 다양한 주제의 대담이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난치병환자를 대동하고 왕진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들의 첫째가는 관심사는 인삼에 관한 정보였다. 이 책에서도 沙蔘이나 蔓蔘, 薺니같은 약재와 인삼과의 감별이 맨 먼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문답 속에서 이미 唐沙蔘과 조선의 사삼이 맛과 종류가 다르다고 지적하였고 서로 풍토가 다른 까닭임을 밝히고 있다. (此唐沙參也, 不如我國之沙參, 土風各殊也.) 또 만삼과 사삼을 구별하여 논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약재의 오용이나 혼용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인삼이 천하의 진귀한 약재로 대접받았던 일본에서는 인삼의 대용품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들은 張元素나 『본초강목』, 『證治준繩』의 말을 빌려 사삼이나 백출, 萎유(위유)로 인삼을 대신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였다.
이 물음에 대해 奇斗文은 사삼은 淸心益肺의 효능이 있어서 陰虛火動으로 인한 咳嗽나 痰火가 성할 때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인삼 대신 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하였다.

병론에 관한 물음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예컨대 한 예로 小兒疳疾을 들 수 있다. 春圃는 소아가 疳痢로 인해 귀와 눈에 蓄熱이 있어서 오래도록 낫지 않는데, 비방이 있는지를 묻는다. 이에 대해 奇斗文의 대답은 아이에게 젖을 절도 없이 먹여서 생긴 증상이라며, 抑肝扶脾散을 추천한다. 이 처방은 『동의보감』에 들어있지 않으며, 공廷賢이 지은 『壽世保元』(1615년刊)에 나오는 처방이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동의보감』에는 인용되지 못했지만 당시 조선의 의학계 저변에는 『만병회춘』 말고도 『수세보원』의 영향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작성자는 자신의 의론과 의안을 장황하게 소개하고 批正을 구하기도 했는데, 그 이면에는 조선의 고명한 의사에게 자신의 의학적 견해와 치험례를 보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의도가 깊이 배어있다.
대체로 그의 주장은 丹溪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景岳의 溫補학설에 무게를 두는 입장에 서있다. 여하튼 그의 의술에 대해 사절단 일행을 쫓아온 여러 日醫 중에 보기 드물게 뛰어나며, 古人의 활용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칭찬이 내려졌다.

이들의 필담은 새벽녘까지 이어졌고 밥 먹고 잠잘 시간도 없이 계속되었다고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보통 日人의 말은 장황하게 널려 있고 조선인의 응답은 매우 짤막하게 처리되어 있다. 기두문은 이별의 선물로 우황청심원과 紫金錠, 薄荷煎圓을 주는데, 물론 이것들은 모두 조선에서 상용하던 臘藥을 준비해간 것이리라. 몇 달이 걸리는 왜국의 사행길에 올라 조선의학을 전수했던 良醫였건만 정작 우리에게는 몇 줄의 기록조차 찾기 어려우니 어찌된 이유일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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