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48] 廣濟華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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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48] 廣濟華訣
  • 승인 2005.06.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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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의 愛用方

작성자나 작성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필사본 임상처방집으로 핸드북 크기의 간이처방서이다. 표지가 많이 헐어있어 표제가 분명치 않고 廣濟와 華訣이 좌우로 連書되어 있다. 속표지와 뒤표지에도 華訣이라고 적혀있지만, 해제를 작성할 때 의미를 몰라 원서명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던 적이 있다.

보통 廣濟, 救濟, 濟世, 濟衆 등의 용어를 의업을 뜻하는 대명사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달리 의미 있는 용어로 여기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하다 광제란 『廣濟秘급』을 지칭하고 ‘華訣’이라 쓴 것은 『광제비급』의 저자인 ‘이경화의 비결’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록처방을 일일이 대조해 보기 어려워 단정하긴 어렵지만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되살려 원서의 서명을 ‘광제화결’로 붙여보았다.

물론 序跋이 남아있지 않아 필자의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기 쉽지 않다. 본문은 목록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맨 첫 번째 虛勞에 사용하는 歸茸湯, 歸脾湯, 八味湯 등 허약증에 쓰는 대표적인 보제로부터 각개 병증에 쓰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제를 수록해 놓았다. 처방 중에는 松節茶, 寧嗽膏, 醍호湯 등과 같이 차와 음식을 응용한 치법도 들어 있으며, 탕제는 허약증에 쓰이는 보탕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목록에는 112방 가미십전대보탕까지만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본문을 보면 그 이후로도 甲己湯, 加味回生散 등 64종의 방제가 더 수록되어 있다.

또 목록 뒷면에 加味駐車湯과 痢藥이 들어 있고 중간에 醍호湯, 興陽保腎丹, 史國公廣嗣方이 추록되어 있어 총 181방에 달한다. 그러나 목록에 보이는 95방 가감복령탕부터 98방 서각승마탕까지 4조는 실제 본문에서는 빠져있다. 목록에 기록된 112방까지는 모두 方名 위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고 아래에는 간단하게 적응증을 기록해 놓았다. 각각의 방제들은 별도의 병증분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하간에 계통성은 없어 보인다.

뒤에 추가된 부분에는 주로 임증치료방이 들어 있으며, 어떤 것은 앞에 소개된 방제에 약재를 더하거나 가감하여 새로 작성한 것이 더러 있다. 처방내용은 보통 한 면 혹은 두 면에 걸쳐 써 놓았는데, 의사들이 처방전을 기록하는 방식 그대로 약재를 좌우 일렬로 늘어놓아 기록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구분하여 보기 쉽게 되어 있다. 또 하나의 특이점으로 加減養胃湯, 淸暑六和湯, 加味健脾湯, 順氣君子湯, 加味二陳湯, 香砂平胃散, 加味三白湯 등 많은 방제에서 생강과 함께 木瓜를 부가재로 첨가하여 쓴 것이 이채롭다.

한편 補中益氣湯과 陶氏補中益氣湯 사이에는 ‘辨內傷外感症’이라는 제하에 내상과 외감의 감별진단법이 삽입되어 있다. 또 상풍상한에 쓰이는 陶氏平胃散과 香橘飮 사이에는 辨惡寒, 辨惡風, 辨發熱, 辨身痛, 辨寒熱 등 감별진단에 관한 요령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삽입해 놓았다.

수록 방제들의 특성을 개괄해 보면 약력이 완만한 가감응용 처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대부분이 溫補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으며, 급속한 치료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완만하게 화해시키는 치법을 구사하고 있다. 강력한 攻下劑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대부 집안에서 家用하던 처방을 채록한 것이 아닌가 싶다.

표지 겉면이 다소 헤어져 있는데, 유독 왼손바닥과 손가락이 닿는 부분만 많이 헐어 있고 표지 하단에는 조그맣게 手決이 들어 있어 소장자가 실제 임상에서 매우 애용했던 애장서임을 알 수 있다. 속표지에도 역시 ‘화결’이라는 서명과 함께 ‘壬戌六月二十五日’이라는 간기가 적혀 있다.

抄寫 시기를 대략 조선말기로 추정할 때, 1864년경에 작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민간에서 만들어 사용한 상용처방집으로 당시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 있던 대중의료 현장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또 이 자료에 나오는 처방들은 당시 민중들이 많이 사용했던 처방들로 대체로 그 시기 의학의 경향과 당시 사람들의 체질적 특징을 연구하는 데에 참고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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