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67] 救急簡易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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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67] 救急簡易方
  • 승인 2005.11.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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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옮겨 적은 類聚救急方

조선 성종 20년(1489)에 尹壕 등이 지은 諺解本 구급의서이다.
『新撰救急簡易方』이라고도 하며 모두 8권 8책으로 되어 있다. 『성종실록』에는 9권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許琮의 서문과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8권으로 되어 있어, 실록에서는 서문과 목록을 별권으로 삼아 9권으로 기록한 듯싶다.
이 책의 편찬에는 成宗의 명을 받은 內醫院 提調 尹壕, 西河君 任元濬, 工曹參判 朴安性, 漢城府左尹 權健, 崇祿大夫行兵曹判書 陽川君 許琮 등이 참여하였다. 성종 20년 5월 윤호가 이 책을 왕에게 진상하자, 왕은 각 도의 관찰사에게 간행하도록 하였다.

許琮의 서문을 보면, 이 책 이전에 『醫方類聚』의 내용을 근간으로 刪補하여 새로이 편찬한 『鄕藥濟生方』, 『救急方』 등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구급간이방』은 이 두 책의 미흡한 점을 시정 보완하고자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허종(1434~1494)은 조선 전기에 활약한 문신으로, 자는 宗卿·宗之, 호는 尙友堂, 본관은 陽川이다. 1457년 문과에 급제한 뒤 宣傳官을 거쳐, 1460년 平安道都節制使都事로 여진족 침입 때 출정하였으며, 1467년 李施愛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陽川君에 봉해졌다.

그 뒤 대사헌, 병조·예조·호조·이조의 판서를 두루 거쳐, 1491년 여진족이 북변으로 침입하자 북정도원수로 적의 본거지를 소탕하고 이듬해 우의정에 올랐다.
문·무를 겸한 명신으로 徐居正, 盧思愼 등과 『鄕藥集成方』을 국역하였으며, 저서에 문집 『상우당집』이 있고, 편서에는 『의방유취』를 요약한 『醫門精要』가 있다.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127門으로 되어 있다. 목록에는 질병 명을 한자로 쓰고, 그 아래에 한글로 그것을 풀이하고 있다.

원문 내용도 병명과 증상을 한자로 설명한 이후에 한글로 전체를 풀어 놓았다. 이것은 글을 잘 모르는 일반 백성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본문 가운데 수록된 치료법 하나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원문 : 姙娠忽苦心腹痛 燒 鹽令赤熱三指撮許酒服之立差 아기배여셔과갈이가삼배가장알파거든소곰을붉게사라세솟가락으로지버수레프러머그면즉재됴하리라 <사진 참조>

■ 치료법 : 임신한 부인이 갑자기 심복통을 일으킨 경우, 소금을 불에 붉게 달구어 뜨겁게 된 것을 세 손가락으로 집어 술에 풀어먹게 하면 낫는다.
특히 임신부의 難産과 半産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약재로는 赤小豆(블근팟), 細墨(됴한먹), 車軸脂(슬윗통앳가릉), 槐子(회화여름), 彈丸土(탄잣흙), 大豆(콩), 小麥(밀), 鷄子白, 桃仁(복셩화씨), 조莢子, 生薑汁 生地黃汁, 羚羊角(산양의뿔) 등이 있다.

이 책은 15세기 조선의학에서 사용하던 구급질환 치료법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현재까지 잔본으로만 남아 있지만, 목차가 비교적 온전하여 당시 구급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는 질환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당시 조선 왕실에서 일반 백성들을 대상으로 구급질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 배포한 만큼, 당시 행해진 응급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참고할 바가 적지 않다.

또한 한글 창제(1443년)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간행된 서적이기 때문에 질병, 약제, 병증 등 의학과 관련된 단어들이 당시에 어떻게 이해되고 표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은 原刊本이 아니고, 覆刻本으로 보이는 重刊本이 알려져 있는데, 이 중간본도 완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재 1, 2, 3, 6, 7권만이 전해지고 있으며, 남은 책마저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어 아쉬움을 더해 주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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