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1. 프롤로그
상태바
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1. 프롤로그
  • 승인 2006.01.13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피할 수 없는 ‘한의학의 과학화’
자연과학 통한 규명, 어디까지 왔나?

지난 해 말, 한의계의 기대 속에 정부가 만들어낸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이 드러났다. 양방의학과 함께 한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의학을 성장시키겠다는, 그리고 전통의학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고 있는 세계 의료시장의 추세에 맞추어 한의학을 세계시장에 내 놓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국가정책으로 반영됐다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의학을 지켜왔던 한의학이 역사의 굴곡 속에서 사장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의료법으로 명문화 된 것이 1951년. 지금에서야 한의학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이 출현하게 된 배경에는 한의학의 ‘과학성’ 문제가 늘 걸림돌이 되었다.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투자에 상응하는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수 있을지 타당성이 근거로 제시돼야 한다. 그 근거로 대표되는 것은 현대사회 지식체계를 이루는 ‘과학성’이고, 최근 종합계획에 대해 반감을 표했던 양의계도 여지없이 ‘과연 한의학 자체가 과학적인 의학인가?’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마련하는 것은 한의계가 풀어야 할 커다란 숙제 중 하나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서 의학으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근거중심주의를 채택하게 된 것도 한의계가 과학성을 고민해야 할 큰 이유가 되고 있다.

■ 과학 탐구하려는 욕구 약진

과학성 확립에 대한 필요성에 직면한 한의계는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그 실체와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약동하고 있다.
연구관계자들은 그동안에 이루어진 연구는 단편적인 성과물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간 한의학 연구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대학원의 연구로, 1968년 경희대 한의학 석사 논문을 시작으로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대학원 논문의 내용은 제각각 단기간 학위수여를 위해 수행되어진 것으로, 한의학 학술발전이라는 통합적인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데서 단편적인 연구가 대부분이라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주목할만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최근 활동과, 과학기술부로부터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된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SRC), 동국대 심혈관계질환 천연물개발연구센터(MRC), 그리고 임상시험에 대한 활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이형주 원장 부임 이후 지난 10년간의 침체를 깨고 최근 연구인력 및 예산 확보를 위해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침구경락연구거점사업을 통해 연구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방임상시험에 대한 프로토콜을 만드는 작업과 인력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는 과기부가 지원을 약속한 10년 동안 가능한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한의학의 실체를 밝히고 가장 바람직한 한의학 연구방법을 찾아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학회 및 연구회에서도 과학성에 대한 깊은 관심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창립된 한약물유전체학회, 대한한의생명공학회 등은 한의학의 현대과학적 규명이라는 목적을 전면으로 내세워 학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방임상시험연구회 역시 과학적인 연구방법 확립을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동일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한 개원가를 중심으로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라는 저서를 통해 양방생리학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재해석한 김용수 원장(전북 전주 보현당한의원)의 이론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청풍학회’가 있고, 해부학적인 관점을 활용하고 있는 이학로 원장(충남 천안 약선당한의원)의 ‘순환구조론’이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자연과학 및 현대의학과 교우하려는 개원가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과학화에 대한 욕구가 꾸준히 증가한 데 비해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과학화의 시작은 개념의 통일·표준화에서부터

한의학의 과학화를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거대한 한의학 실체를 분석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때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걸림돌이 있다.
현대과학이라는 집 속에서 성장한 의학과 달리, 다른 체계에서 성장한 한의학은 현대과학, 즉 자연과학과 연계될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의학의 언어와 개념들이 자연과학으로 이해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두 분야를 연결시킬 수 있는 개념의 정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장벽이 시작된다. 타학문의 전공자가 한의학을 어떻게 해보려 해도 대상이 무엇인지를 모르니 여기서부터 막히는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주도로 전통의학국들이 전통의학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한의계도 여기에 합세해 한의학 용어 및 경혈 위치, 질병별 진료지침 등을 표준화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협회를 중심으로 표준질병사인분류에 대하여 한방 질병명과 양방 질병명을 병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언어 및 개념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다학제간 연구 속, 한의학과 타학문과의 관계 조명

연구는 크게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두 가지의 범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의학이라는 관점에서 한의학이 풀어야 할 키워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경락과 침구’ 그리고 ‘한약’이다.
구체적인 기전을 밝혀내는 것이 기초연구이고, 임상에서 유효한 효과를 밝히는 것이 임상연구이다. 현 단계에서는 한의학의 근거로서 대부분 고전 문헌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임상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밝혀주는 작업이 우선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활동의 많은 부분이 임상연구에 대한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목적으로 집중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현 상황에서는 자연과학적 영역에서 한의학의 기초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임상연구에 힘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된다.

자연과학적인 연구 성과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타학문을 통한 과학성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라 있는 지금 연구방법에 있어서 고전적인 과학의 분류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의 경계를 넘어 다학제간 연구가 트랜드를 이루고, 한의학 연구 역시 타학문의 전공자들과 함께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과학성 확립을 위해 타학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핵심 키워드인 경락·침구, 한약 등을 중심으로 조명해 보고, 한방임상연구의 방법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계속>

오진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