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시험 대책 힘을 못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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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시험 대책 힘을 못받는다
  • 승인 2003.03.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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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긴급임시대의원총회라도 열어야 할 중대한 사태가 이번 한약사시험 소송 패소 판결 이후에는 전혀 표면화되지 않아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둘러싼 한의계의 대응이 너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약대생 1248명이 국시원을 상대로 낸 ‘한약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재판장 김치중 부장판사)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보도가 1월 23일에 났는데도 한의계의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 언론보도가 나온 뒤 24시간 내로 반박문이라도 내보내 약대생들의 기선을 제압하고 사회여론을 환기시켜야 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가 국시원과 약대생들이어서 한의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처지인 것도 작용하고 있겠지만 소송의 결과 한약사제도 자체의 존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한의계가 너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의계의 침묵은 한의사들의 의견개진의 장인 AKOM통신 꼬마마당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수많은 글 중 한약사시험 소송관련 글은 1월 30일 현재 퍼온 글 두 건이 전부였다.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약사시험을 언급한 글이 하나 있기는 있었다. 황모 회원이 쓴 이 글은 한의사가 출연한 모방송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약사들의 한약사고시 문제 국시원과 함께 우리 한의사협회에서 항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너무 안일해 보이는 협회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내부의 모습에 더 화가 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복지부와 국시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드높다. 대구지역의 한 한의사는 “판결문을 보면 시행령을 만들 때부터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판결이 나오도록 국시원과 복지부는 뭐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복지부와 국시원은 판결문을 “검토중에 있다”는 말 이외에 무슨 신통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한의사들은 기껏해봐야 항소밖에 더 하겠느냐는 것이고, 항소를 해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할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한의협은 판결문을 입수하여 정밀 분석,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글을 올리지 않아 일선 한의사들은 소송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음은 물론 여론이 형성될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받았다. 서울에 개원하는 한 회원은 “어차피 한의계의 역할은 정치적 실력행사일 수밖에 없는데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모여라고 해도 모일 리 없고, 투쟁기금을 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내부를 지켜야 할 한의계가 결정적인 시기에 한의사전문의제라는 내부적인 문제에 매달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의계의 대표단체인 한의협은 3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이 교체될 전망이어서 레임덕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의사는 한의사대로 무기력하여 이 문제로 긴급임시대의원총회라도 열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대의원 한명 없어 바야흐로 한의계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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