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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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 승인 2006.06.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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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울리는 인간적인 러브 스토리

최근 한국 영화계에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웠던 『왕의 남자』의 성공 요인과 영향에 대해서 분석을 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준기라는 배우와 동성애에 대한 것이다. 물론 논란의 소지가 많겠지만 여하튼 이준기는 영화 속의 여성스러운 모습 때문에 현재 최고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모 음료수 CF에서는 아예 여성도 부러워하는 미모를 가지고 있고,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미모에 대해 감탄하는 여성스러운 남성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면서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 씨의 경우 모든 방송에서 퇴출을 당해야만 되는 아픔을 겪었던 것과 달리 『왕의 남자』에서 그려진 동성애적인 모습에 대해서 많은 관객들은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로인해 뮤직비디오나 광고 같은 우리 대중문화 속에서 동성애는 과거의 시각이 아닌 현재의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른 초원 위로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루는 록키산맥 브로크백 마운틴. 이곳의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은 밤낮으로 함께 일하며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은 친구 사이의 친밀함 이상으로 발전해가지만 각자의 삶을 위해 떠난다. 그로부터 4년 후, 서로 결혼을 해서 살고 있던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단번에 브로크백에서 가졌던 그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억제할 수 없는 열정에 휩싸인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아이다호』, 『패왕별희』, 『번지 점프를 하다』 등의 영화처럼 동성애를 전면에 다룬 영화로 관객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감동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어떤 논란 속에서도 『브로크백 마운틴』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원작 소설과 『결혼피로연』,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의 연출력이 앙상블을 이루면서 나온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만출신의 이안 감독은 여타의 작품에서처럼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도 동양적인 감수성으로 감정에 급하지 않고, 서서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여성,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이들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영화에서 터부시 되었던 동성애를 대자연의 경관과 더불어 절절하고 아련한 느낌의 음악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아카데미 감독상, 음악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 진가를 빛냈다. 뜨거운 열기의 월드컵과 초여름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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