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캡틴, 김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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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캡틴, 김대출
  • 승인 2006.08.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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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과 아이들이 만드는 휴먼 드라마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는 이름이 있고, 이 이름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사람 역시 누구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에 따라 누군가한테 기억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받기 위해서는 영화 제목은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독특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무수한 영화 홍보 기사에서 그나마 집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영화나 드라마는 제목을 만들 때 많은 고민을 해야 되고, 그에 따라 흥행 성적이 좌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마이 캡틴, 김대출』은 우선 제목이 너무나 독특해서 눈에 뜨이는 영화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제목을 보고 처음에 떠오른 생각은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마 필자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제목만을 봤을 때 생각나는 것은 ‘대출’에 관련된 영화가 아닐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마이 캡틴’이라는 제목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 전문 도굴꾼 김대출(정재영)은 경주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훔친 뒤 우연히 지민(남지현)을 만나게 된다. 부모님 없이 할아버지와 ‘여보야’라는 강아지를 마치 동생인 듯 여기며 같이 학교를 다니는 지민이는 자신을 문화재 관리국 특수 발굴 수사대라고 속이고 있는 김대출의 말을 그대로 믿으며, 그가 훔친 보물을 보관하게 된다. 그러다가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엄마와 살며 난치병에 걸린 병오(김수호)를 만나게 되고, 대출은 어쩔 수 없이 지민이와 병오를 데리고 다니며 작업을 하게 된다.

어린이가 등장하면서 『마이 캡틴, 김대출』은 자연스럽게 가족 영화로 탈바꿈한다. 도굴꾼이라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가족의 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자랐기 때문에 이들은 상황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묶여지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영화의 호흡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강한 임팩트 없이 무난하고, 착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영화의 흥미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흠이다.

영화의 주된 장소가 경주인 관계로 경주 사투리와 경주 문화재의 로케이션이 돋보이고, 지민의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해낸 아역 배우의 연기가 눈여겨 볼만 하다. 감각적이지 않은 영상과 잘난 캐릭터 하나 등장하지 않는 너무나 착한 영화라서 약간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 경주 여행을 하면서 무더위에 지친 마음 한 구석을 가족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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