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계보
상태바
거룩한 계보
  • 승인 2006.10.20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조폭 친구들의 우정과 의리

얼마 전, ‘가문’ 시리즈를 제작했던 영화사의 대표가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오락영화를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아쉽다면서 오락영화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형식이 존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락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오락성이라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웃기거나 통쾌하거나 찡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억지로 관객들을 웃기려고 하거나 너무나 유치해서 짜증나게 한다면 이건 정말 아닌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오락 영화를 보거나 만드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본전치기도 하기 힘든 영화라는 사실이다.

<거룩한 계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하면서 작품을 꾸준히 만들었던 장진 감독의 작품이자 본격적인 상업영화라는 간판을 내건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장진 감독의 전작을 본 경험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연극과 영화를 오가는 독특한 형식과 허를 찌르는 유머가 있는 맛깔스러운 대사를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할 것이다.
조폭인 동치성(정재영)은 조직 보스(민지환)의 명령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그 곳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생각했던 죽마고우 정순탄(류승용)을 만나게 되고, 교도소의 다양한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또 다른 죽마고우인 김주중(정준호)은 혼자 조직에 남게 된 것에 착잡해 하면서 치성의 부모님을 보살피게 된다. 그러나 조직은 치성을 배신하게 되고, 주중은 조직과 친구 사이에서 갈등을 벌이게 된다.

마치 <친구>의 전라도 버전이라고 할 정도로 <거룩한 계보>는 조폭이 된 어릴 적 친구들의 우정과 의리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장진 감독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 발생하는 에피소드는 감독 특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틀은 그 전 장진 감독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로 인해 묵직하고 진지한 전체적인 분위기에 세밀한 에피소드는 묻혀 버려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몸집은 커졌지만 그만큼 커진 몸집을 다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두사부일체> 등의 영화를 통해 코믹 조폭 배우의 이미지가 강한 정준호라는 배우의 진지한 캐릭터로서의 연기변신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더욱더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영화 <친구>와 같이 조폭 친구들끼리의 정면 승부를 통한 갈등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구성으로 여러모로 뭔가 꽉 차여 있지 않은 허술함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결국 <거룩한 계보>는 <친구>, <광복절 특사>, <홀리데이>, <야수>를 종합해 놓은 듯한 2% 부족한 느낌의 장진 영화가 되어 버렸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