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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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 승인 2006.11.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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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에 눈물 흘리는 조폭 이야기

올해는 10월말에도 에어컨을 튼 지하철이나 버스가 운행될 정도로 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덧 가을이 온 듯싶었는데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틈도 주지 않고 벌써 눈이 내려 버렸다. 이젠 우리나라도 봄, 가을이 서서히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만 있는 2계절의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계절은 겨울로 변하고, 달력은 2장 밖에 남아 있지 않은 11월이 되었다. 영화계에서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11월이지만 올해에는 굵직굵직한 영화들을 포함해 10편의 한국영화가 개봉되는 치열한 달로 예고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그 영화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가장 큰 요소이면서 관객들에게 쉽게 인지되고 불려 질수록 영화의 흥행성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독특하면서 발음이 잘 되는 제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개봉되는 <열혈남아>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과 같아서 개봉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열혈남아>는 홍콩 영화로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제목이지만 홍콩 개봉 당시에는 <몽콕하문>으로 개봉되었었다. 이러한 연유로 <열혈남아>라는 제목에서 오는 강렬한 카리스마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면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폭인 재문(설경구)은 절친했던 민재를 죽인 대식(윤제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에 갓 들어온 치국(조한선)을 데리고 그의 고향인 벌교로 내려간다. 그리고 대식을 탐색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점심(나문희)이 운영하는 국밥집에 드나들게 된다. 점심은 재문을 보면서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퉁명스럽지만 살가운 재문에게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한다. 그로인해 복수를 결심한 재문은 혼란스러워 하고, 치국 역시 복수를 그만 두라고 다그친다.

가을에 조폭 영화를 본다는 것이 좀 쌩뚱 맞은 일일 수도 있지만 <열혈남아>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어머니’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그 인물인 것처럼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꽃미남 배우로 알려진 조한선 역시 기존의 연기와는 다르게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를 소화해내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설경구와 나문희 씨의 연기는 더할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열혈남아>라는 제목에 매몰되어 그런 것인지 몰라도 원래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충분하게 보여주지 못한 채 기존 조폭 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한 올해 개봉되었던 <비열한 거리>에 출연했던 배우가 이번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마치 두 영화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비열한 거리>와 매우 흡사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06년 최고의 시나리오’답게 전체적으로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와 함께 캐릭터에 올인한 듯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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