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54話·上] 정승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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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54話·上] 정승기 교수
  • 승인 2006.11.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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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임상시험연구 기틀 마련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 들어간 77년부터 쉴새없이 달려와 보니 어느 덧 30년이 지나 있었다는 정승기 교수(54·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제5내과). 한의학과 함께 한 세월이기에 후회는 없지만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도 담아볼 참이다.

■ 한의대 입학

경남 진해가 고향인 정 교수는 3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그의 가정형편 역시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으나 교육에 대한 부친의 남다른 의지 덕분에 공부만큼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인술로서 대하고 그 가족들에게까지 따뜻한 친절을 베푸는 내과의사였던 부친의 모습을 보면서 의료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가 물꼬를 트고 동양의학이 세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는 한의학의 신비를 풀어보고자 한의대 입학을 결정했다.
막상 경희대 한의대 71학번으로 입학해보니 상상하던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한의대 교육과정에 실망했다. 그렇게 한동안 타 대학에 다니던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를 멀리했다.

한편 예과 1학년때부터 의료봉사동아리인 ‘녹수회’에 가입해 졸업 때까지 무의촌 의료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등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나누는 삶의 기쁨을 배우고 작은 사랑도 실천하려 노력했다. 그에게 ‘녹수회’는 지난해부터 지도교수를 맡고 있을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 ‘동의폐계내과학’ 펴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진로가 다양하지 못한 탓에 대부분 한의대 졸업 후 개원의로 나서는 이가 많았다.
전문의제도는 없었지만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전문의 수련과정을 만들어 전문화된 한의사를 양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모교 병원에 남기로 진로를 정했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동안 다양하고 많은 임상경험을 얻을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는 교수들이 함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때(수련의 시절)는 병원시설도 열악했고, 치료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못했죠. 그런데 중환자실만 있으면 많은 중환자들을 관리하고 치료기술들을 배울 수가 있겠더라고. 박준하 동수원한방병원장님과 장인규 남서울한방병원장님이 그때 참 많은 역할을 해줬어요.”
이렇게 4년 간 이어진 노력이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짐으로써 한방병원의 규모도 커지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이 치료의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78년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호흡기계통에 청상보하탕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86년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천식연구를 시작했다.
86년 임상조교수로 발령을 받으면서는 경희대 부속 안암한방병원에 파견근무를 나가게 됐다. 이곳 병원에 3년 정도 있으면서 산만했던 학습내용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자료를 수집해 폐계내과학에서 다뤄야 할 학습내용 및 목표를 체계적으로 담은 교과서 ‘동의폐계내과학’을 발간했다. 이후 이를 수정보완해 발간한 것이 현재 전국 한의과대 공통교재로 쓰이고 있는 ‘동의폐계내과학’이다.

■ 천식연구로 보낸 20년 세월

호흡기계를 선택하게 된 건 알레르기질환 및 대기오염에 따른 호흡기계질환의 증가 등 환경으로 인한 질병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천식에 대한 연구는 20년 가까이 물고 늘어지고 있다. 천식에 대한 한의학적인 여러 관점들을 모아 그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정리했고, 천식치료에 유용한 약재나 처방에 대한 실험실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가미청상보하탕이 천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1991년 한국과학기술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고, 1987년·1998년·2001년에는 고황재단으로부터 고황의학상을 수상했다. 또 2003년 7월에는 청상보하탕의 기관지천식환자에 대한 임상적 효과에 관한 연구로 제1회 대한한의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연구부장과 임상시험위원장을 맡으면서 임상시험 연구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연구부장에 있으면서는 한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한의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 2001년 각 진료과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간호사를 위한 한방임상간호교육’이라는 책을 펴내 한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교육에도 기여했다.

올해 10월에는 보건복지부의 과제(2001년)로 ‘알레르기질환 치료를 위한 한약물개발’ 연구를 수행한 지 6년만에 천식을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약물 ‘AF-365’를 개발하는데 성공, 완해기천식치료유지관리를 위한 치료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공로로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약이 효과도 있어야 하지만 부작용도 없어야 하고, 구하기 쉽고 값이 싸야 된다면서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AF-365’라고 했다.

또 연구자의 의무·방법·규칙·형식·서식 등 임상시험 연구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모아 지난해 1월 연구지침서인 ‘임상시험 운영 및 시행규칙’을 출간해 타 대학 한의대 부속병원에서도 이를 근거로 한 지침서가 발간되었고 전국적으로 임상시험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 대한한방내과학회 30년사 발간

뭐니뭐니해도 그는 대한한방내과학회장으로 있으면서 지난해 2년간의 준비끝에 ‘한방내과 30년사’를 발간한 일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꼽는다.
지난해 6월에는 학회 창립 30주년 및 학회 30년사 출간회를 겸해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구 아미가호텔)에서 기념행사도 가졌다. 이는 1975년 대한한의학회 한방내과분과위원회로 출발한 학회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단편적인 기록들로 기억 속에 존재하던 지난 30년 역사의 조각들을 모아 30년사를 발간하면서 큰 보람과 벅찬 감회를 느꼈어요. 한방내과학회의 역사는 한의학회의 역사이며, 한의협 역사의 일부이기도 할 만큼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지요.” <계속>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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