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20] 麻疹秘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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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20] 麻疹秘方
  • 승인 2007.01.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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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再侵을 예고했던 疫學者

이 책은 夢菴 崔奎憲이 자신의 집안에 비장되어 오던 李獻吉의 麻疹方을 鉛活字本으로 간행한 것으로 1912년 京城 廣學書포에서 발행하였다. 직접 쓴 跋文에서 그는 “이 책은 오랫동안 필사로만 전해져 정본이 없었는데 우연히 집안에 소장되어 오던 原稿를 발견하여, 빠진 것은 보충하고 여러 차례 교정하여 책으로 펴내었다고 간행 내력을 밝히고 있다. 알다시피 최규헌은 구한말 三登郡守를 제수 받았던 의관이었으며 특별히 소아과 명의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로 『小兒醫方』을 대표작으로 남겼다.

그런데 이 소아과전문서가 이전의 소아과 영역과 달라진 점 가운데 한 가지는 예전부터 전통적인 소아질환으로 취급해오던 마진과 두창을 분리한 것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이미 우두접종이 보편화됨에 따라 홍역과 같은 병이 전염성질환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진은 소아에게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었고 그가 마진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서문 역시 『소아의방』의 서문을 지었던 朴準承이 썼으며, 같은 해에 출간되었다.

오래 전에 ‘다산선생 목숨구한 코주부의 홍역비방’(193회/04.3.15字)이란 제목으로 『麻疹奇方』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미처 살피지 못했던 곳을 이번 참에 辨正해 볼까한다. 오늘 소개하는 崔奎憲이 1912년에 펴낸 신식연활자본은 奎章閣 소장 필사본 『마진기방』과는 다소 다른 편제를 갖고 있는 異種本이다. 필사본은 이헌길의 마진방 遺文을 모아 輯錄한 것이 분명한데 누가 어느 때 어떤 경위를 거쳐 편찬한 것인지는 상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실려 있는 차서와 본문의 내용이 『마과회통』의 원문에서 ‘夢수曰-’이라고 명기된 ‘乙未新詮’ 인용문을 발췌하여 옮긴 것이어서 대략 만들어진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필사본에 붙어있는 서문에는 글쓴이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지 않으며, 한국의학대계의 해제에는 저자의 서문이라 하였으나 여유당전서본 『마과회통』에 실려 있는 丁若鏞의 서문과 동일하다. 따라서 이헌길이 남긴 원서가 아닌 것은 분명하며, 『마진기방』에 발문으로 붙어 있는 글은 『마과회통』의 李蒙수傳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두 가지 책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첫 머리에 序, 蒙수麻疹方序, 李夢수傳, 麻疹秘方目錄이 실려 있다. 이어 본문에서는 毒源, 治法, 時令, 藥戒, 古醫, 運氣, 脈度, 日期, 初熱, 出疹 出險, 形色, 熱候, 餘毒, 婦人, 禁忌 附犯房, 汗, 少汗, 多汗, 大汗, 無汗, 食, 不食, 食傷, 咳嗽 兼喘, 咽喉, 嘔吐兼瀉, 腹痛, 煩躁, 섬語, 狂亂, 驚휵, 大小便, 泄瀉, 痢疾, 疳채, 瘡癰, 浮腫, 蛔蟲, 雜症, 斑疹論조痘로 이어진다. 목차만 보아서도 마진과 아울러 수많은 병발증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序와 李夢수傳은 각기 『麻科會通』의 서문, 「夢수傳」과 같고, 蒙수麻疹方序는 朴準承이 쓴 글로서 마진의 위험성, 이헌길의 활약상과 그 치방의 신효함, 활자본 간행의 의의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책의 마지막에 붙어 있는 跋文은 최규헌이 직접 쓴 것으로 마진이라는 병에 대하여 개괄하고 이헌길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본서의 간행 내력에 관하여 언급해 놓았다.

본서의 서문과 발문에서도 보이듯이 이헌길의 책은 당시에도 필사와 구술로만 전해져 왔는데, 『麻疹秘方』은 이헌길의 저서로서는 처음으로 활자로 인쇄하여 정식으로 간행된 완정본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한편 1948년에 이 활자본을 필사한 『麻疹秘方』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처럼 활자본 간행 이후 『麻疹秘方』은 대중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애호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헌길은 생전에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처방으로 다시 마진을 치료하지 못할 것(吾死之後, 不可以吾方治疹)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그는 전염병이 사멸되지 않고 변형되어 다시 나타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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