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공동개원', 55년 묵은 의료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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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공동개원', 55년 묵은 의료법 바뀐다
  • 승인 2007.01.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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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정부가 오는 2월 국회 상정에 앞서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의료법 전면 개정안의 실체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와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법개정실무작업반’을 설치,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회의를 거친 후 의료법 전면 개정안의 틀을 다져왔다.

지난 1962년, 기존 국민의료법이 의료법으로 명칭이 바뀐 이후 55년 만에 전면 개정을 꾀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의료계를 중심으로 실제 개정 내용에 추측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

아직 정부 입법안에 불과해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정부는 이번 달 발표 이후 오는 2월 임시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발표될 개정안을 큰 무리 없이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의료법 전면 개정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본지가 입수한 정부의 ‘의료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이뤄져, 의료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 의사-한의사 공동개원, 프리랜서 의사 “혁신”

가장 큰 변화는 우선 의료기관의 자율경쟁을 위해 그동안 불허하고 있던 서로 다른 종별의 면허를 가진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대폭 완화했다는 것이다.

기존 ‘1면허인 1의료기관 개설’ 원칙을 깨지 않되, 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하거나 의사-한의사 공동개원 또는 의사-치과의사의 공동개원을 허용했다.

개정안 제55조 1항에 따르면, 복수 의료인 면허를 소지(1명이 의사, 한의사 면허 동시 소지)하거나 서로 다른 종별 의료인이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때, 1개의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현행 의료법으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각각 다른 직역의 의료인과 공동으로 하나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서로를 고용할 수도 없어 양·한방 협진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개정안 제56조 3항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내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 환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를 통해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일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등 막대한 자금을 통해 마련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일종의 ‘개방형 병원제’를 지향했다.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의 원내원 개원과 더불어 ‘프리랜서 의사’의 도입을 전격 허용한다.

현행 의료법 제32조 2항에서 의료기관의 장이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을 통해 진료를 허용했지만, 이 의료인 역시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에 한해 실질적으로 비전속 진료가 이뤄지지 못했다.

개정안 76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해 ‘프리랜서 의사제’의 본격 도입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마취과 등 일부 진료지원과목이나 수요가 적은 진료과목의 경우 해당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도 수요가 있을 때마다 프리랜서 의사에게 진료를 요청하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한편 대형병원 소속 유명 의사도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진료기회가 확대돼 지방 환자들도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비보험 진료비 할인 가능, 의료광고 대폭 완화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의료계의 일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비보험)’ 진료비가 병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되고 할인이 가능해지는 한편 의료광고 규제가 완화되는 등 ‘환자유인 금지규정’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유인·알선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개정안 67조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경우와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 할인이나 면제를 하는 경우 등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 환자 유인·알선 행위가 가능해져 의료기관 간 가격 경쟁 및 서비스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한편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 의료와 관광 산업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비보험 진료가 많은 개원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의료광고에 대해서도 최근 의료광고 범위를 담은 의료법개정안이 지난 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에 따라 개정안 78조에서 10가지 항목을 규정해 이 항목 외에는 광고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의 광고범위를 규정했다.

개정 의료법 및 의료법 개정안 제78조에 따르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에 관한 광고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광고 ▲기능과 진료방법에 관한 비교 광고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비방하는 광고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내용의 광고 ▲기능 및 진료방법과 관련하여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광고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하여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 ▲사전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내용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안 제79조에서는 광고 심의 규정을 신설, 의료광고를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광고내용 및 방법 등에 관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광고사전심의제를 도입해 허위·과대광고 등 무분별한 의료광고는 사전에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 보수교육 강화, 허위 진료기록 형사처벌 등 의료인 책임 강화

이처럼 의료기관 개설권과 의료광고 범위를 대폭 완화하는 것과 더불어 의료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도 신설됐다.

현재 의료인들은 한번 면허를 따면 갱신면허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의사협회 등 의료인 중앙회 등에서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제30조 2항에 따르면, 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매 10년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기를 10년 단위로 구체화했다.

이는 정부가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국민의 공중보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에 의료인의 자질향상 및 최신 의료지식의 습득을 위한 보수교육의 중요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와 더불어 개정안 제26조 2항에 따라,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돼 의료인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의료인이 진단서, 검안서,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에는 형법 제233조에 따라 처벌받게 되지만,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에는 처벌규정이 없어서 법무부와 시민단체 등이 처벌 규정 신설을 요구해 왔다.

또한 개정안 6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질환별 의료행위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표준진료지침’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 가능한한 의사들의 진료내용을 표준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질적으로 우수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주목적이라며, 의료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관계 전문학회 또는 단체에 위탁해 작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 의료계 지각변동 따른 각종 논란 예고

55년 만에 한꺼번에 개정되는 의료법인만큼 그에 따른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의료계에서는 10년마다 의사 보수교육을 의무화하는 것과 관련, 자연스럽게 면허갱신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진료기록 허위 작성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된 것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추가 기재(또는 수정)’과 ‘허위 작성’과의 구별이 쉽지 아니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허위 작성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형벌권 행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표준진료지침 신설과 관련해서도 의료기술의 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고,정부가 의료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를 표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권과 의료광고 범위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양·한방 협진 보다 의료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는 의료계가 과연 의료기관 공동개설에 얼마나 호의적일지가 의문스럽고, 그에 따른 입장 차이도 실제로 의과, 한의과, 치과 모두 제각각인 상황이다.

또한 의료광고 범위 확대와 관련,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개정안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유들은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해 오히려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가 더욱 심해질 수 있고, 실제로 그로 인한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여 위헌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방대한 양의 의료광고를 심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보험 진료비의 의료기관 혹은 홈페이지 내 진료비 공개가 가능하고 그에 따른 할인이 가능해지는 것과 관련, 특히 비보험 진료가 많은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과 한의원·치과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비보험 진료비가 공개되고 할인이 공공연해질 경우, 실질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가격 덤핑 등이 우려되고 그에 따라 결국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 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개설이 허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대다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전달체계의 일대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규정한 개정안 제40조와 제119조에 따른 해당 직역간의 논란도 만만치 않다.

개정안 제40조에 따른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 자료수집, 간호진단 등 요양상의 간호 ▲의사의 지도하에 처치, 주사 등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 및 상담,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 및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등으로 규정했다.

반면 개정안 119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의료인 면허권을 소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간호보조업무 ▲간호사의 업무 가운데 의사의 지도하에 처치, 주사 등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제40조 1항 2호)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간호조무사들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진료보조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간호보조업무’로 국한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계 전반에서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놓고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오는 23일 의료법 전면 개정안과 관련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보건의료 5단체장과의 간담회 참석 여부에 대해 “정부가 차려놓은 밥상에 그저 들러리만 설 수는 없다”며 의료법 전면 개정안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사실상 불참을 선언해, 향후 의료법 전면 개정안 통과는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선기자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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