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55話] 윤성중 경희장수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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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55話] 윤성중 경희장수한의원장
  • 승인 2007.01.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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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본초 정보통, 발명쟁이 한의사

임상가에서 본초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윤성중(44·서울 강남구 경희장수한의원·사진) 원장은 2002년부터 보건복지부장관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약사관련 자문기관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양약심위의 위원들의 면면은 관련 학과 교수나 연구소, 기업체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며, 한의계 관계자로 한의사협회장과 본초학 교수·한의학연구원의 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보기 드물게도 윤 원장은 개원의로 참여해 한의학에 대한 자문활동을 펴고 있다.
한의사 통신망을 통해 윤 원장이 제시한 본초지식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내용적으로 본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면서도 제형, 탕제 등 실제 한의원 운영시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는 조언자이자 정보통이기도 하다.

■ 한의원에 필요한 살아있는 정보

그의 정보가 빛을 발하는 이유는 한의원 현장에서 필요한 살아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약재를 놓고 고전의 근거를 찾는 단계를 넘어서, 실재 이 약재가 한의원으로 들어오기까지 유통과정을 검토하여 시중의 나쁜 약재와 좋은 약재를 선별하는 방법과 약재도매상에게 어떻게 약을 주문해야 좋은 약재를 받을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약재를 어떻게, 어떤 분량으로 탕제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혹은 약재를 관리하는 방법까지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특히 신참 한의사들은 그의 글을 통해, 혹은 한의원을 방문하여 조언을 구하고 있다.
윤 원장이 한의학과 한의원을 하면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방안과 지향점을 발굴하는 데는 그의 유별난 탐구력과 발명가적 기질에 기인한다.

■ 비판을 통해야 발전한다

부산 금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윤 원장은 모친의 권유로 한의대를 입학했다. 경희대 한의대 재학시절 그는 약이 임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했고 본초학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동기 중 유일하게 대학원 전공으로 본초를 선택해 기원과 제형제제 분야의 권위자인 이상인 교수 밑에서 공부했다.
최근 한약티백이 상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는데 제형변화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이미 재학시절에 한약티백을 직접 개발해 주위에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영국 과학의 중심기관인 왕립학회의 모토가 ‘눌리우스 인 베르바’(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라고 인용하면서 “학문은 늘 검토와 비판 속에서 발전하는데 한의학은 고전이 개정판으로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있다. 검토하고 그 속에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제형에 대해서 새로운 자세로 접근하는 그는 새로운 첩지를 개발해 꼬마통신에서 공동구매를 실시했다. 사정상 확대되지는 못했지만 꼬마통신 사상 최초의 공동구매로 기억되고 있는 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이다.
대학원 졸업 후 94년부터 현재 한의원에서 개원의 생활을 시작한 윤 원장이 98년 통신망을 통해 본초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약재 사용에 대한 인식의 고양과 한약에 대한 객관화·정량화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것은 약초와 방제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보완되어 정립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함의하고 있다고.

“예를 들어 당귀의 경우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이 각각 다르다. 고전에 나온 명칭이 같더라도 검토해보면 다른 경우가 있다. 또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생산지나 재배환경에 따라 지표물질에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좋은 한의사는 진단도 정확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약재를 정확히 써야 함은 기본이다.”
과거에는 식물분류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지난 100년 동안 이에 대한 지식이 급속도로 확장됐지만, 한의학에서 이를 흡수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흡수해 본초학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단 약재만이 아니라, 처방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약합편에 자금정은 일명 만병해독단, 기사회생의 약으로 기재돼있다. 주로 오배자·산자고·대극·속수자·사향 등이 들어있는데, 오배자의 경우 흡착·수렴하는 성분의 탄닌이 들어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사하하는 작용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정은 위장관의 독성분을 흡착해 밑으로 배설하는 효과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상한고기나 독 등을 먹어 생명이 위급한 경우 독을 빨아 설사시키는 약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만병을 해독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처방의 정확한 이해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객관적·합리적인 한의학이 21세기 한의학의 추구해야 할 주된 테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CITES(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묶여 있는 동·식물의 대체품 개발이 필요한 것을 감안할 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에 대한 한의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일부에서는 한약과 처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 놓으면, 이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아니라 단지 고전과 위배된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붓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는 “기미·음양오행에 대한 연구와 함께, 현대과학적인 관점도 같이 엮어갈 때 발전적인 새로운 한의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약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고전은 물론 최근의 연구논문까지 찾아 분석한다.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실험을 하기도 한다. 잉크 물에 약재를 넣고 끓여 약재에 잉크가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떻게 탕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밝혀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과정에서 진공한약장과 저주파 부항기를 개발하는 발명가의 소질도 발휘해 왔다. 이런 일에 천성적으로 재미를 느끼는 터인지 이외의 취미생활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고. 최근까지 그는 한약장의 진공상태를 유지하는 장치 등 총 7개의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그는 FDA의 ephedrine 1일 최대 허용치를 넘는 일부 한의원의 마황투약사례를 들면서 “본초에 대한 재정립이 학교나 연구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겠고, 필요하다면 힘껏 제 역량을 보태고 싶다”면서 “한의사들은 실제 자신이 만지고 처방하는 약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족의학신문 오진아 기자 ojina@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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