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덕 칼럼] 정책 결정에서 가장 큰 전제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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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덕 칼럼] 정책 결정에서 가장 큰 전제와 조건
  • 승인 2007.03.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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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항상 ‘국민’을 위한다는 것과, ‘효율성’ ‘편리성’이다. 여기에서 ‘국민’이란 어떻게 보면 정치적 ‘표’와 꼭 연관이 있다. 즉, 다수를 위하는 것이니 소수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표’를 가진 국민에 대한 영향력을 따진다면 셈법은 분명히 달라지게 돼 있다.
이에 비해 협회 등의 직능단체, 이익단체가 어떠한 정책을 결정할 때엔 대전제를 갖는다.

첫째가 수요자(국민)를 위하는 것이어야 하며, 둘째는 공급자(한의사)를 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상충하는 듯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작년의 의료비내역 국세청 신고하기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의 편의성” 보장이라는 것과 “의료인 이익”이 서로 부딪치는 것 같지만, “기존의료지형의 변형과 양극화 초래로 인한 국민 건강권 침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그냥 그렇게 “보였을 뿐” 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협회가 어떤 정책을 채택할 때엔 보다 더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즉, “더하기” 방식이 아니라 “뺄셈”의 기전을 밟게 되는데, 이것도 대전제가 정확하고 흔들림이 없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자신, “한의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대전제를 분명히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한방전문의제도는 국민의 전문과목 선택권을 배제하고, 일반 한의사를 위한다는 대전제가 아예 전혀 고려되지 않아 처음부터 “뺄셈 공학”만이 지배한 대표적인 대실패 입법인 셈이다.)

여기에 비추어 올해 초부터 뜨거운 문제로 떠오른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가 가져야 할 대전제는 입법취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형식에 있어서는 충족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의계를 만족시켜야 할 대전제는 전혀 충족되지 않은 채 분홍빛만 어지럽다. 특히 유사의료행위와 한·양방 병원 간의 공동개원과 상호고용을 통한 협진체계의 합법화는 개원 한의원들에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한데, 개원가를 위하여 무엇이 배제되어야 하는가 하는 대전제를 만족시키지 못해 대표적인 악법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한의계의 대응 역사를 돌이켜 보면, “찬성!” 보다는 “반대!” 의 사례가 많았다. 모든 법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감안하면 우선 “반대!”부터 해 놓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약자의 생존지혜인지 모른다. 또,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반대!” 해서 피해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으며, “찬성!” 해서 피해를 본 것이 훨씬 더 많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지 아니한가? 한약조제약사, 한약사, 한방전문의제도가 바로 그 예이다.

이번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한의협 현 집행부의 태도와 실패도 마찬가지의 예라고 보는데, 아무리 전향적인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단 한 조문이라도 불리한 게 끼어 있으면 “반대!”의 흑백 조개패를 던져야지, “선별 찬성, 조건부 찬성!”의 회색 패를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개정안 중에는 “종합병원 개설과 의료행위자 허용에 한의사 포함, 병원 급에서의 상호고용과 공동개원 허용”을 보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개원가의 위축과 파탄”을 간과하였으며, 지금이라도 당장 필요한, 동네한의원을 살릴 수 있는 “개원가 활성화 대책”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라도 “반대!”하고 나서 시간벌기가 꼭 필요했다. 병원급에로의 환자집중은 한국의료의 대표적 취약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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