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의원 담합해 안건·표결 좌지우지
상태바
소수 대의원 담합해 안건·표결 좌지우지
  • 승인 2007.03.30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지연·학연에 얽매여 투표 … “선출방식 개선돼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중앙회장 중도퇴진을 계기로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의 행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개선이 요구된다.
민의를 수렴하는 본래의 역할을 일탈하여 권력화·관료화 되는 등 생산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권력으로서 대의원의 일탈된 모습은 지난 3월 18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을 불신임하는 의안을 상정한 데서 드러났다.

회장불신임안이 가결선인 2/3에 미달돼 부결되자 전국이사회 결의사항을 추인한다는 명목으로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자는 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회장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급기야는 회장의 자진사퇴를 초래했다.
그 결과 불신임안이 출석대의원 2/3에 못미쳐 부결돼도 참석대의원 과반수만 확보하면 사실상 불신임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회장 중도사퇴는 지난 2005년 IMS 사태 때에도 벌어졌다. 당시 안재규 회장은 대외적 현안에 잘 대처하고도 한의계 내부적 정서가 악화돼 불신임됐다.
한쪽은 불신임이 부결됐고, 다른 한 쪽은 불신임됐다는 차이가 있지만 불신임당할 만한 사유가 아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회장이 물러남으로써 한의계는 최소 한 달, 길게는 3개월간의 회무가 파행을 겪게 된다.

물론 집행부가 교체됨에 따라 긴장감을 조성해서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도 인정된다. 이번과 같이 의료법개악 저지투쟁을 돌파하기 위한 반전의 카드로서 활용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판을 깨버리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회장의 중도퇴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대의원제 운영에 근본적인 맹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한의사들의 판단이다.

우선 대의원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의협 정관시행세칙의 대의원 선출방식은 분회총회에서 구두호천이나 자천으로 후보자를 정하여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규정대로 시행하는 분회는 드물다. 대의원을 하려는 사람도 적지만 무기명 투표로 하는 데 따른 복잡한 절차와 시간의 소요로 회장에 위임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서울의 모 분회 의장이 직접선출 요구를 표결로 부결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의원 선출에 경쟁이 심하지 않은데다 회장에게 위임하는 대의원 선출방법의 허점으로 매번 대의원이 되는 총회꾼도 양산되고 있다. 5선 이상 당선된 다선 중앙대의원이 11명이나 될 정도로 대의원 인력풀이 단조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대의원의 거수기화도 총회의 담합을 구조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기보다 지연과 학연에 얽매인 투표를 함으로써 총회 당일 아침에 이미 찬성과 반대 숫자가 예측되고 개표결과도 예측치대로 나올 정도다. 대의원 스스로 소속 지부장과 분회장, 그리고 힘 있는 대의원의 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하기 싫어 억지로 맡은 대의원이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고, 그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민의수렴의 역할을 망각하면서 일부 정치꾼에 의해 이용되는 셈이다.
대의원제도의 문제가 집중으로 제기되자 일선한의사들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의협에서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에 개원한 한 전직 중앙대의원은 “현 대의원시스템은 회장을 쫓아내기 너무 쉬운 구조”라면서 “대의원의 열의는 높이고 고인 물은 제거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