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경영, 굼뜬 대응에 한의사는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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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경영, 굼뜬 대응에 한의사는 힘겹다
  • 승인 2008.01.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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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라인 구축, 개원가 활성화 로드맵 요구
분회총회에 쏟아지는 말, 말, 말

1월 분회총회가 열리면서 한의계의 현안에 대한 일선한의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한의사들의 의견은 대체로 경영문제와 현안에 집중됐다. 서울 모 분회의 한 관계자는 “경영이 너무 힘들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출해줬으면 한다는 것이 분회총회에 나타난 민의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에 대응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언론의 한의학 폄하로 환자가 한의사의 말보다 양의사의 말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의사들은 경영문제든 현안문제든 모두가 한방의료기관을 옥죈다는 점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영남의 모 지부장은 “한의협의 반응이 너무 느리고 온건해 지방에서는 불만이 좀 있다”고 운을 뗀뒤 “대한한의사협회는 되든 안 되든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다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여건에 맞춰 또 그 다음의 대응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MBC의 사과방송을 “구두 신고 발가락 긁는 꼴”이라면서 “그런 식의 사과는 안 받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영남지역의 다른 지부장은 “TV, 방송, 드라마까지 한의학 폄하가 일상화돼 우려와 불만이 높고, 심지어는 협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경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측면에서는 상대수가로 침 시술료가 저평가된 데다가 정률제마저 시행돼 동네한의원살리기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한의원 환자는 만성질환자 위주인데 본인부담금이 양방보다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지부회원들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모 지부는 회원의 1/5이나 되는 150여명이 이전을 모색하고 있어 한의원 경영 악화의 실상을 가늠해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실용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 한의계를 더욱 불안케 했다. 실용정부의 속성상 한방산업화를 강조하고, 효용성이 떨어지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소수집단을 배려했지만 이제는 그런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임상에 효과적인 분야를 파고들어 현대화, 표준화 하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팽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의협의 대책은 너무 굼뜨다는 지적이다. TF팀을 지난 23일에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 회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문제가 언제 발생했는데 이제야 만드느냐는 탄식이었다. MBC 뉴하트 드라마 문제가 터진 1월 3일로부터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그리고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달여 됐는데 이제 와서 TF팀을 만든 것은 시간적으로 너무 늦었고, 대응수위도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 지부장은 이에 대해 “예전 같으면 한의협이 최선은 못하더라도 최악은 면하고 차선은 유지했는데 요즘은 차선도 못하는 것 같다”고 한의협의 굼뜬 대응을 질타했다.
특히 홍보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일선한의사들은 양의계와 언론의 공세에 대응해 진작부터 언론대책반을 가동했어야 했는데 사건이 계속 터지는 것을 보면 홍보라인이 부재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집행부가 몇 번 교체되고 일부 집행부가 중도하차 하면서 인적 청산이 이루어지고 집행부간 업무 연계가 원활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으로 이들은 홍보라인의 조속한 구축, 홍보비의 대폭 증액 등을 요구했다

국공립기관에 한방부서가 설치되고 한의사가 배치돼야 한다는 해묵은 과제도 수면으로 부상했다. 국공립기관에 한의사가 없으면 제도권에서 소외되고, 국민과 거리감이 생겨, 국가의 지원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부형제 감소, 제형 변경 등 한방건강보험제도의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빗발쳤다.

무엇보다 한의사들은 로드맵을 요구했다. 한의계가 희망을 갖게 하려면 한의협이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수립해 하나하나 차분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보궐집행부에다 임기가 2개월 남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원과 대의원의 생각이 바뀐다는 점에서 현 집행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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