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저체중아 출산 통계 왜곡에 한의계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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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저체중아 출산 통계 왜곡에 한의계 격앙
  • 승인 2008.04.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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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설문조사로 연구자는 통계 내고, 기자는 편파 인용
한의계, “의도적 기사 흔적 짙다” 강력 대응 여론

평소 왜곡된 기사로 피해를 받아왔던 한의계가 이번에는 내용도 부실한 논문을 부정확하게 인용하고 편집도 교묘하게 한 신문기사로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신문과 방송은 지난 7일 임신 15~20주의 임신부 745명을 대상으로 음식, 약물, 흡연, 환경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출산 후 저체중아 출산 및 조산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임신 중 한약을 복용한 경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2.2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가톨릭의대 신종철 교수가 식약청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선천성기형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공동연구(선천성기형과 PCBs와의 상관성 연구)를 기사화한 이 보도는 본 연구보고서에서 조사대상 임신부의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유의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단순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약을 복용한 경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2.2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또한 ‘임신 중에는 전문가와 상의 없이 한약재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는 식약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사를 마무리함으로써 마치 한약이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는 이와 같은 내용을 ‘선천성 기형 발생률’ 연구결과 말미에다 배치함으로써 마치 한약이 저체중아 출산뿐만 아니라 선천성기형 발생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오도케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도뿐만 아니라 논문 자체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연구논문에도 언급했듯이 저체중아 진단의 대부분이 산전 초음파에 의해 이루어져 진단상의 오차가 예견됐고, 설사 저체중이 사실이더라도 41명의 재태연령대비 저체중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통계상의 의미를 갖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한 조사방법인 설문조사 내용도 한약과 민간처방을 구분하지 않았을 뿐더러 연구자 스스로도 ‘임신 중 복용하는 약제와 직업, 생활환경 등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빠져 있었다’, ‘과소체중아와 조산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는 인자도 없었다’고 말해 유의미한 통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생식독성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한의계에서도 한약과 저체중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이선동 대한예방한의학회장은 “임신부들이 많이 복용하는 한약처방인 교애사물탕과 안태음, 보생탕, 달생탕과, 임신 전 보약으로 많이 복용하는 보중익기탕, 귀비탕, 오적산, 사물탕 등도 실험결과 복용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 체중에 차이가 없었고, 기형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연구과제를 발주한 기관인 식약청도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질의를 받고 “단순히 설문조사 한 내용이고, 통계적 유의성이 없고 정확성도 없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렇게 연구가 완성되지도 않았고, 내용도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전체 연구과제의 성격과 거리가 멀고, 공개가 금지돼 있는 연구물이 한약에 초점을 맞춰 언론에 공개되자 한의계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보도를 접한 일선한의사들은 “어떻게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보도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중매체에서 검증이나 한의사의 자문 없이 버젓이 나올 수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 “의도적이다”, “논문 자체는 비교적 중립적이나 불필요하게 가공된 루트를 찾아내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계는 특히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가 약사 신분이라는 데 주목하고 논문의 과장과 왜곡의 이면에 전문직 기자의 역할이 있지 않았나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선한의사들은 또한 이번 한약 저체중아 보도가 한의사와 한의협은 죽여도 되는 것처럼 영향력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끝까지 물고 늘어져 한번 잘못 보도하면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력 주문했다.
잇따른 왜곡보도로 경영상의 타격을 입은 일선한의사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한의협은 해당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의 방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처리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어떤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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