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이 책은 저자의 근작 ‘설득의 논리학’을 읽은 후 구입했답니다. 글줄이나 쓰려면 뭐 좀 논리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뭔가 좀 설득력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무심코 구독했었는데, 이후 120%의 만족감에 마치 좋아하는 영화감독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검색하듯 지은이의 이전 작품을 쭉 훑어본 뒤 제목에 구미가 당겨 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철학과 문학이 짬뽕된 이 책은 그야말로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이었습니다. 해서 굳이 빈곤이 체화된 꾀죄죄한 모습의 여린 아이들이 “기브미원달러(Give me 1 dollar)”를 외치는 곳에서 읽지 않았더라도, 삶에 대한 자세를 재삼 일깨우기엔 충분하고도 남았으리라 여겨집니다.
김용규 님은 그가 주방장을 자처하며 마련한 카페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 총 13편의 소설과 희곡을 메뉴로 제공합니다.
흔히 ‘고전’이라 일컫는 일류 요리들을 ‘메인 디쉬(main dish)’로 추천하되, 사이사이 음악·미술·영화·시·노래 등을 애피타이저·샐러드·디저트 삼아 내 놓음으로써 감칠맛을 더합니다. 평소 입이 짧은 저로서도 세상 어느 셰프(chef)가 이토록 다양한 맛을 이만큼 솜씨 좋게 미각을 자극하며 버무릴 수 있을까 깜짝 놀랄 지경이었으니,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분들에겐 최고의 맛을 선사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1, 2부로 나뉜 탓에 글은 총 14편의 각기 다른 문학작품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들 유명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유효적절하게 인용하며 풀어놓은 각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풍부하고도 독특한 향취를 자랑합니다. 해당 작품과 저자에 대한 사소한 정보부터 교양이 될 만한 각종 주제 및 그에 내포된 의미까지 다양하게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를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철학적 해석입니다. 작품의 의미와 가치·작가의 숨은 의도 등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지 않느냐며,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에 대한 ‘존재가능성’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의문 하나! 즐기기에는 좀 늙었고, 욕망이 없다기에는 아직 젊은 사람이 ‘본래적 권태’의 ‘사막’에서 벗어나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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