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저버린 공영방송, 한의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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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저버린 공영방송, 한의계 충격
  • 승인 2008.09.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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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침·뜸’ 방송, 기획력 부재 한의협 뒷수습 급급
일선한의사, “한의학홍보 전담조직 구성하라” 촉구

민족의 최대 명절 한가위. 그러나 한의사들에게는 축제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침사’인지 ‘구사’인지 한의사가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침과 뜸의 효능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지식을 검증이나 여과 없이 방송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며 “불법의료에 해당되는 일반인의 시술 뜸 치료 장면 등 명백한 의료법 위반에 대한 내용이 다시는 방송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무면허자들에 대한 불법적 행위 즉, 의료봉사를 빙자한 또는 학원 강습 등을 빙자한 일체의 불법행위를 반드시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제도는 질병의 치료를 매개로 한 행위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와 범위를 정해 놓은 것이다. 또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공영방송에서 대학 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을 위주로 방송을 편성한 것은 시청률만을 의식한 상업방송식 횡포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의사협회의 노력 덕분인지 침구사제도 등 제도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한의사 입장에서야 불쾌했지만 일반 대중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며 한의사와 침구사, 의료제도 문제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틀 동안 방영된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 프로그램에서는 침·뜸에 대한 우수성과 김남수 옹에 대한 극찬이 주를 이뤘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김남수 옹이 ‘침사’ 자격만 있는데 뜸 시술을 했다는 사실을 들어 “불법적인 행위는 철저하게 사법적 처리를 요구할 것이며, 이러한 잘못된 의료지식을 검증이나 여과 없이 방송한 KBS의 문제부분도 철저하게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의계 내부에서는 “밥그릇 지키는 것 같은 대응방식은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류머티즘이 아니면 족삼리 등 특정 혈자리에 뜸만 뜨면 낫는다는 식으로 과장되고, 일반인이 잘못 흉내낼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료인으로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을 알리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는 견해도 있다.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시술자가 한의사인지 침구사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화상에 대한 놀라운 침술효과와 뜸이 시선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한의계가 우려했던 침구사제도 문제는 사실상 거론되지 않았고, 한의학을 알리는 장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한의학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불쾌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94세인 고령의 김남수 옹이지만 국가에서 수여하는 의료인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1개 한의대와 1만 7천명에 달하는 한의사가 존재해 있는데 추석명절 특집프로그램에 한의사가 아닌 침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기획의도가 어디에 있든 이번 프로그램은 내용의 문제를 떠나 한의학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그런 사실은 방송이 나간 뒤 일선 한의원에 침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침으로 화상도 고쳐요”라며 침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한의사협회의 노력으로 침구사와 관련된 문제의 발언이 방송에서는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의계는 뒷수습하는 데 불과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한의계가 불법 침구단체에 형편없이 밀렸다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전담할 조직조차 갖추지 않는 등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의계는 개별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을 위한 홍보가 아니라 한의학의 우수성 알리기를 위한 전문가 유치와 조직을 구성하는 한편 전략과 전술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는 중론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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