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의학, 식민지를 앓다’ 펴낸 여인석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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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의학, 식민지를 앓다’ 펴낸 여인석 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08.09.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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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인문학의 기분 좋은 ‘랑데부’

‘한의학, 식민지를 앓다‘의 집필자 중에 한 사람인 여인석 교수(44·사진)는 현재 의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의학사를 연세대에서 강의중이며 5월에 개소한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의철학회 총무이사를 맡아 의료인문학과 관련된 연구와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교시절 이과를 전공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성향의 의학자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인문사회학적 관점과 태도가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다양한 활동으로 집필의 여유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를 비롯한 집필진들과 출간을 위한 관계자들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 2005년 봄, 식민지 시대의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시작한 연구회가 첫 계기였습니다. 다행히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과제로 선정돼 1년 동안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고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연구의 결과물은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한의학을 의학적 토대위에 역사적 관점과 인문학적 기법으로 분석함으로써 당시 한의학이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계승될 수 있었는가에서 시작한 연구의 결과들을 사회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책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 인문학적 기법으로 분석한 한의학

그의 집필 내용 중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근대한의학’의 개념과 기준이다. 그것은 우리가 한의학하면 보통 인식하는 ‘전통한의학’의 개념과 ‘근대한의학’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근대성을 단순히 서양에서 차용한 발전개념이나 연대기적 차원의 기준이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규정하는 제도, 문명, 역사적 변화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1913년 반포된 ‘의생규칙’을 통해 한의학은 제한적인 범위에서도 그 가치와 존재를 공적인 부분까지 끌어 올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며 ‘동서의학회월보’나 ‘동양의약’ 같은 한의학 잡지는 매체를 통한 사회적 소통을 이뤘다”고 말하며 “이러한 모습들이 어쩌면 전통한의학이 일본으로부터 탄압받게 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근대적 틀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근대’의 개념을 정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학사연구소는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 의학사연구소 차원의 월례발표회와 오는 2009년 2월에는 한·중 의학사 국제 학술대회 등을 계획 중이다.
한의학과 관련해서는 한의학자들을 초청해 학술적 교류를 쌓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다음에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대한 번역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를 아우르는 의학과 정치사상을 연결한 ‘한국의학사상사’도 쓸 계획이고요. 이 때문에 건강관리차원에서 주말이면 홀로 북한산을 오르곤 합니다. 그래야 좋아하는 연구와 집필 활동에 매진할 수 있거든요”
인문학을 매개로 한양방을 넘나드는 상호 이해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참 기분 좋은 의학계의 ‘랑데부’가 시작되고 있었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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