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한의학 미래 열어갈 전략을 세워라
상태바
[신년특집] 한의학 미래 열어갈 전략을 세워라
  • 승인 2008.12.29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정부정책과 사회 트렌드 아우르는 연구 시급
예산·인력·조직 보강해 연구성과 경영에 접목해야

한의학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급변하면서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선한의사들은 한결같이 정부·한의계·업계가 한의학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열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방의료는 적어도 지난 십수년간 주변단체와의 갈등과 사회적 변동에 따른 대응과정에서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의 측면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의 변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계적인 지표도 한의학이 가진 성장잠재력이나 한의사의 증가에 따른 자연성장률을 밑돌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통계의 미비라는 한계가 있지만 건강보험통계는 한의계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예시해준다. 2008년 3/4분기 건보통계에 따르면 한의원의 요양급여비용은 전년 동 분기보다 2.6% 증가했지만 한방병원을 포함한 한방의료기관의 급여비용 점유율은 3.9%에 불과했다. 이는 4,5년 전의 점유율이었던 4%대에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지표가 하락 내지 답보를 면치 못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어려움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기관의 경영이 어려운 것은 비단 한방의료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며,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공통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다른 종별 의료기관의 급여청구 증가율에 비해 유독 한방의료기관의 증가율이 뒤처지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한달 간의 급여청구액이 전달대비 0.38% 증가한 데 비해 종합병원은 2.61%, 병원은 2.51%, 의원은 2.51%, 보건기관은 5.65% 증가해 양방의료기관 증가율이 한방의료기관보다 6, 7배나 높았다. 이 통계를 해석해보면 건강보험환자가 의원급보다 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한방보다 양방으로 쏠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경증질환보다 중증질환에 집중되면서 일어난 결과로 보인다. 본인부담금 정률제로의 전환과 의료급여환자의 진료기관 선택제도 그런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에 조예가 깊은 관계자들은 경영의 어려움이 비단 건강보험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건강보험은 미미하나마 증가하고 있지만 비급여부문은 큰 폭으로 감소해 비급여부문의 감소가 경영악화의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결국 급여부문의 미미한 증가, 비급여부문의 급감이 한방의료기관 경영의 현주소인 셈이다.

어찌 보면 한방의료계가 비상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지만 한의계의 대응은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일선한의사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한방병원은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어렵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실상이 드러나지 않아 위기대처를 위한 범한의계 차원의 여론이 형성되거나 행동이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일부 대형학회와 제약회사, 개별교수, 연구소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한약의 공급형태인 첩약에서 탈피해 제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제 이외에도 침치료와 관련된 경락의 실체규명과 그를 통한 약물의 전달기전 확립, 경혈부위의 국제표준 확정, 침 규격의 표준 설정 등의 노력이 완성되거나 진행 중에 있고, 각종 진단기기도 속속 개발되는 모습이다.
반면에 한의학과 한의계 전체의 발전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이중 국민의 의료이용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해 한의원 경영에 접목하려는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국민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정책방향의 분석과 활용, 사회의식의 변화 추적, 국민의 의료 이용 패턴의 파악, 해외 한의학의 연구와 국내적 활용, 그리고 여론의 형성, 법률 제정과 제도화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한의계는 일련의 시스템 구축에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한약분쟁과 의약분업 이후 보건의료체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지만 한의계는 보건의료를 관통하는 중대한 사안을 분석조차 하지 않아 미래의 좌표를 수립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책을 연구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한의학 관련 연구기관조차 인력과 예산을 그다지 배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희망도 엿보인다. 한의계의 대응이 많이 뒤처졌지만 한의학의 정체성을 찾아내서 역량을 집중하고, 한의계 내외의 역할분담을 이루어내면 아직도 따라잡을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일선한의사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한의 각 단체와 한의사 개개인의 리더십과 열정이다. 한의계에 잠재된 역량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지도자의 지도력과 구성원의 자발적 협력이 성공을 일궈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