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조직이 흔들린다
상태바
한의협 조직이 흔들린다
  • 승인 2009.04.24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잦은 직제개편으로 회무전문성·조직안정성 저해
“회장 바뀔 때마다 조직 뒤집어놓나?” 거센 비판

전국 한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현수)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무처는 몇 년 사이 직제가 3번이나 개편되면서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타격을 받았다.
2006년 엄종희 회장 당시 1본부 3실 3국체제로 전환한 바 있는 한의협조직은 지난해 김현수 회장이 당선되면서 4실 9국체제로 변경됐다. 올해는 다시 2실3국으로 직제가 개편됐다. 3년 사이에 대국체제-소국체제-대국체제 사이에서 오락가락 한 것이다.

지난번 너무 잘게 쪼개 통합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모 인사는 “소국체제로는 돌출되는 사건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국체제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대국으로 가려면 거대 부서를 맡을 역량 있는 인물을 선정한 뒤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한결 같이 이번 직제개편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직원 한두 명이 근무하는 국으로 잘게 쪼개놓은 지난해 직제개편도 문제였지만 지나치게 모아놓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거대 국을 만들어놓고 과거의 국을 직원 1, 2명이 근무하는 팀으로 변경함으로써 겉으로 보면 대국을 지향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소국이다.

심지어 과거 학술국과 국제국은 조직명칭에서 사라졌다. 겨우 살아남은 몇몇 팀은 1명씩만 배치됐다. 팀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조직개편에 따라 인사이동이 여러 번 뒤따르면서 발생하는 전문성 약화가 그것이다. 발령한 지 1년도 안 돼 부서를 교체하고, 그것도 전문성과 전혀 관계없는 부서로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불복해 사직했다.

지난 한해 사직한 직원만도 9명이나 되었다. 전체 직원이 37명임에 비추어 24%가 교체됐다. 정책연구원은 다 바뀌었다. 집행진도 지난해 성낙온 상근이사가 사직하더니 최근에는 이사와 부회장 몇 명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조직 임직원의 이동이 이렇게 잦으면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고 전문성도 그만큼 약화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번 조직개편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전반적인 여론에 따라 내년에 새로 들어설 집행부도 조직개편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 한 번의 혼란과 동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울에 개원한 한 한의사는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오래 동안 다져놓은 조직을 뒤집어놓으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조직과 담당자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한의협 대외역량의 추락이 우려된다. 이전 집행부라면 해마다 한두 건의 한의약관련 법을 제·개정하거나 정부내에 굵직굵직한 제도를 만들어놓았을 텐데 지금은 법과 제도의 개선은 고사하고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이런 난맥상은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와 리더십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직제개편에서 주무이사가 배제된다거나 예산배정에서 잡음이 심심치 않게 불거져나오는 문제, 회의의 많은 부분이 비공개되는 문제 등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단, 한의협의 소통부재를 낳고, 궁극적으로 집행부 불신, 회무불신, 나아가서는 정책수행의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한의협 회무는 회장의 시험무대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의계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일선한의사들이 정책기획과 조직개편, 인사이동, 의사결정 등 회무의 각 분야에서 먼 미래를 바라보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한의협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