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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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⑥
  • 승인 2009.06.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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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질주본능, “움직여야 낫는다”

6. 달리는 건강전도사 팽재원 원장

새벽 6시면 어김없이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을 챙겨먹고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입으면 오늘도 그의 하루를 상쾌한 새벽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맞이해준다.
집에서 10분정도 떨어진 서울 송파구의 석촌호수. 마라톤을 시작한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빠짐없이 찾는 코스다.
팽재원 원장(서울 성북구 종암한의원·만68세)의 인생에 마라톤은 어느덧 일상이 된 지 오래다.

■ 풀코스 6회 완주, 1년에 하프코스는 2번씩

팽 원장은 젊은 시절부터 테니스, 배드민턴, 수상스키 등을 즐겼던 운동마니아였다. 그가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지난 2001년 그가 60세의 나이를 맞으면서다.
팽 원장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회출전을 목표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고 1년 후인 2002년 10월 코스가 가장 혹독하기로 유명한 춘천의 호반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처녀출전의 부담감과 짧은 마라톤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5시간 넘는 주행시간 끝에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첫 출전에는 완주가 끝나고 극심한 피로와 근육긴장으로 택시를 탈 때 다리가 구부려지지 않아 억지로 다리를 접어서 탓던 에피소드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듬해 한일친선 수안보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면서부터는 기록시간을 1시간 이상 단축했고 이후 지금까지 풀코스(42.195km)를 6번이나 완주했다.
이제는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으로 풀코스보다 하프코스를 선택해 1년에 2번 정도 출전하고 있다.

지금도 팽 원장은 아침마다 5km 씩 주당 4회 이상 석촌호수를 달리며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회 마라톤 동아리 회원들과 단체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달린 거리를 합쳐도 얼추 1000km를 훨씬 웃돌며 이 거리는 서울에서 대전까지를 4번 이상 왕복한 거리와도 같다.

■ 쥐가 나면 사혈침, 힘들 때는 복식호흡

그가 말하는 마라톤의 매력은 실로 다양하다. 달리면서 느끼는 러닝하이(Running High : 극도의 순간에 느껴지는 강력한 쾌감)는 물론이고 온몸을 통해 느껴지는 바람, 햇빛, 땅 등의 자연이 주는 상쾌한 느낌이 마라톤을 도저히 그만 둘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하면 우선은 심폐기능뿐만 아니라 하체의 힘까지 강해져 인체의 오장육부가 튼튼해집니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도 음양의 조화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전신운동법 중에 하나죠. 더구나 혼자서도 특별한 지도나 고가의 장비 없이 즐길 수 있죠. 여기에 아름다운 경치를 달리면서 마음껏 감상할 수도 있고요.”

그의 마라톤 예찬은 끝이 없을 정도다. 평범한 주자 중의 하나인 팽 원장도 한의사로서 그의 직업정신이 유감없이 나타날 때가 있다고 한다. 달리는 도중 쥐가 난 사람을 볼 때면 사혈침으로 능숙하게 쥐를 풀어주곤 한다고 한다.
동아리 회원들에게는 한의학과 마라톤의 상관관계를 설명해주고 가장 힘이 든다는 30km지점에서는 복식호흡으로 오버히트를 방지하는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대회에 참석할 때면 그의 허리가방에 사혈침을 반드시 휴대한다.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탓일까? 팽 원장은 그의 한의원을 찾는 중풍환자들에게도 마라톤이나 걷기 운동을 권한다. 아니 그의 말대로라면 거의 반강제 수준이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중풍 때문에 저를 찾곤 하죠. 그러면 저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꼭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움직여야지 반드시 낫는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걷는 것이 힘들면 기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고….”

■ 한의학 발전, 마라톤처럼 正道를 걸어야

마라톤 경력 7년차에 접어들면서 팽 원장은 이제 더 이상 기록이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라톤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단축이나 대회입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데 있습니다. 힘든 순간과 고비마다 최선을 다해 극복하려는 정신과 노력이 이 과정속에 있기에 마라톤을 완주한 모든 이들이 기록에 상관없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마라톤을 오래한 사람들일수록 서브 3(2시간 59분 59초 이내 진입) 달성보다 완주에 목표를 두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한의사로서 팽 원장은 “마라톤을 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자연의 기(氣)는 인간의 몸과 정신을 이롭게 한다”고 강조하면서 주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료한의사들도 마라톤을 즐길 것을 권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라톤 외에도 매주 토요일이면 남한산성을 찾아 지기와 천기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팽 원장은 마라톤을 통해 생활철학을 몇 가지 얻었다고 귀띔한다.
“마라톤을 통해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돌아보며 욕심 부리지 않는 과유불급의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여기에 요령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연습하는 것이 마라톤 완주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의학도 시대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한의학도 마라톤을 하듯 고방을 중심으로 성실하게 정도를 걸어 정통(正統) 한의학의 발전방향을 찾길 고대해봅니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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