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10년도 수가협상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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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10년도 수가협상 유감
  • 승인 2009.1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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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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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유감

1차의료 보험범위 확대 정부가 적극 나서야
여타 의료단체와 연계해 지원논리 개발해야
한방의료 수가체계 개혁준비가 단기적 목표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한의협의 협상 결과 내년도 환산지수 인상율이 1.9%로 결정됐다. 이는 작년 인상율 3.7%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며 다른 의료단체인 치협의 2.9%와 비교해서도 많이 모자란다.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나타낸 것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결과는 내년 한의계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표면적으로 작년보다 올해 인상율을 더 낮게 책정한 이유는 올해 한의계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지급비가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의계로서는 올해 지급비용이 증가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협상에서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수가 문제는 어떻게 보면 전체 의료계의 문제이다. 80년대 도입할 때 책정된 의료수가는 대부분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었다. 뒤늦게 건강보험에 참여한 한의계 의료수가 역시 상당히 낮게 책정돼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매년 수가인상률 역시 물가인상률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이다 보니 앞으로 5년, 10년 지나면 지날수록 전체 의료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단순히 한의계의 목소리만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1차의료에 대한 보험범위는 오히려 축소하고 3차의료에 대한 범위가 확대된 것이 많다. 대부분 보험범위 확대와 본인부담금 감소는 대형병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험이란 원래 목돈에 대한 대비책이긴 하다. 그러나 국가가 전국민 건강보험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필수재라고 보고 전국민의 의료 이용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이유가 더 크다.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수가 구조인 상태에서 1차의료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 결국 전국민의 의료 이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든 의료기관과 연계해서라도 국가가 1차의료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거기에 대한 논리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한다. 이 모든 결정은 정치적인 논리이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국민을 설득해야만 결국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매년 수가 협상에서 최소한 물가인상율에 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가지 못하면 결국 건강보험에 의존해서는 한방의료기관 전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구조는 또한 비보험 영역을 부풀리고 국민건강의 관점에서도 과잉진료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한의계는 이것과 관련돼서 한의원이 1차의료기관이라는 점을 국민들과 정부에 알리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1차의료에 하나의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의계 의료수가 역시 인상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1차의료에 대한 보장 확대가 답이지만 중단기적으로 볼 때 한의계는 다른 전략도 같이 필요하다. 현재 한방의료 의료수가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다. 이는 과거에 한의계가 건강보험으로 얻는 수입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 정해진 구조이다. 현재도 건강보험에서 얻는 수입은 한방의료기관에서 상당히 중요하며, 이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이다.

무엇보다 개선되어야 할 점은 대부분 수가가 어떤 병명이든 다 동일하다는 점이다. 진찰료, 변증기술료, 침구치료 모든 것이 병명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병명마다 선택할 수 있는 치료기술 또한 천편일률적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어떤 부위냐에 따라서 그리고 중증도에 따라서 진단방법, 치료술, 진찰시간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따른 차등적용을 받아야 하며 이런 세부 분류를 통해서 좀 더 제대로 된 수가구조를 만들어야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보험청구를 하는 게 이미 확정되었다. 물론 이 사안에 대해서 엄청난 논쟁이 있었으며 한의계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논쟁을 떠나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보험체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1~2년의 수가 인상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변화를 계기로 새로운 수가체계를 만들어서 저평가되어 있는 한의계 의료수가를 획기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장욱승/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091126-칼럼-기고-수가협상-KCD-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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