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맥 상하좌우 선천적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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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맥 상하좌우 선천적으로 달라
  • 승인 2010.04.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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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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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3)
경맥 상하좌우 선천적으로 달라
침혈, 치우친 營衛之氣 교정작용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3)- 16형의학백각침법 

침술(鍼術)은 인류가 개발해낸 가장 뛰어난 치료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약(服藥)의 경우처럼 약물을 준비하기 까다롭지도 않고 혹시 부족한 약재가 있어 처방 구성을 못하는 경우도 없다. 관계법에 규제되어 특정 약재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없으며 찌꺼기도 나오지 않는다.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도 들지 않는 친환경 치료법이다.

재료로는 침만 있으면 되고 시술방법도 환자의 몸에 침을 놓는 것이 전부니 간단하고 편리한 것으로는 으뜸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효과까지 뛰어나 한 번 치료에 탁효가 나서 용하다는 소문이 나기도 한다. 치료해본 경험상 침 치료로 효과를 본 경우는 쉽게 재발하지도 않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침으로 치료해 보면 항상 잘 낫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 자고나서 똑같아졌다고 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아파서 한잠도 못 잤다고 불평하는 환자를 보면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지만 똑같이 치료했는데 왜 반응이 다른지 당혹감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침을 놓을 때 효과가 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원인이 된다고 이미 여러 번 언급했다. 잠에서 깬 시간부터 돌아가는 위기(衛氣)의 소재(所在)에 따라 개혈(開穴)시간이 정해지며, 그 개혈시간에 맞춰 침을 놓는 것이 백각침법(百刻針法)이다. 이 방법을 임상에 이용하고 효과를 본 원장님의 전화 문의도 몇 차례 받았다.

침술의 시원(始原)이 <황제내경>부터라고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본다. <황제내경>에는 경맥의 유주와 경혈의 위치, 영위의 운행, 침의 작용, 보사법을 비롯한 수기법, 경병과 락병에 대한 치료지침, 특정 질병의 행침법까지 망라되어 있다. <황제내경>은 수 천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인체의 외형(外形)을 연구한 것으로 추정되며 <내경>의 ‘사람은 선천적으로 좌우와 상하의 영위지기의 치우침이 있으며, 좌우상하의 기혈 소재에 따라 침을 놓아야 한다’는 논술은 체질의 행침법으로 들어가는 단서이기도 하다.

“잠에서 깬 시간부터 돌아가는 衛氣의 所在에 따라 開穴시간이 정해지며, 그 개혈시간에 맞춰 침을 놓는 것이 百刻針法이다

체질은 선천적으로 정해지며 일생동안 바뀌지 않는다. 여기서 체질은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사상인을 말한다. 사상인은 장부의 대소(大小)로 구별된다는 것은 이제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도 상식적인 내용이 되었다.

인체는 오장육부의 알맹이와 구각(驅殼)의 껍데기로 구성되었으며 경맥은 체표의 구각을 흐르면서 오장육부에 속락(屬絡)하고 있다. 침은 인체의 껍데기를 흐르는 경맥에 놓으며 영위지기의 승강(升降)과 출입(出入)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인체 구각을 흐르는 경맥의 상하좌우가 선천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좌우(左右)의 성쇠(盛衰)가 다르며 상하(上下)의 허실(虛實)에 편차가 생긴다. 침은 이렇게 상하좌우로 치우친 영위지기(營衛之氣)을 바로 잡아주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내경>의 요지다.

16형의학에서는 행침 시 선천적인 상하좌우형을 구별해서 균형을 잡아주는 침혈을 1단계로 선택한다. 1개의 침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1단계의 침 치료만으로도 우수한 효과가 난다. 지금까지 필자는 주로 고혈압, 디스크, 불면, 부종 등의 질환을 예로 들었지만 염좌 같은 급성 질환에도 효과는 탁월하다. 최근에 내원한 염좌 환자의 치료과정을 예로 든다.

①26세. 남. 우측 손목 염좌. 손목을 손등으로 젖히거나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젖힐 때 통증 있음. 발병 5일째 내원. 이 환자는 프로농구 선수로 실력도 있지만 외모도 뛰어나서 여성팬이 많다. 최근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 도중 넘어져서 손목을 삐어서 시즌을 마치고 내원했다. 전부터 아플 때마다 침 치료를 해왔기에 침을 놓을 자리는 정해 놓고 시간만 맞추기 위해 30분 넘게 기다리게 한 다음 태양시에 맞춰서 왼쪽 천주혈에 침을 놓았다.

침을 놓자마자 손목이 아팠던 자세를 다시 취해보라고 하니 통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선수는 효과를 본 경험이 여러 번 있어 그런지 이런 효과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선수는 좌하형이다.

“16형의학에서는 행침 시 선천적인 상하좌우형을 구별해 균형을 잡아주는 침혈을 1단계로 선택한다

②32세. 남. 우측 손목 염좌. 넘어지면서 오른손을 뒤로 짚어서 증상 생김. 염좌 당일 내원.
필자의 한의원은 주위에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삔 환자가 자주 오는 편이다. 이 환자는 예전에 우상형으로 진단했는데 마침 환자의 태양시에 해당되어 바로 왼쪽 대저혈에 침을 놓았다. 역시 통증이 바로 해소되었으며 다음날 내원 시 물어보니 생활에 거의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손목의 염좌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 발목도 효과는 마찬가지다.

③47세. 여. 우측 발목 염좌.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우측 발목 외측 통증. 구허혈 압통. 몸무게를 실으면 통증 있으며 멍, 부종 있음. 염좌 다음날 내원.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할머니를 피하려다 넘어졌다고 하면서 시간이 없다고 최대한 빨리 치료 받기를 원했다. 마침 잠에서 깬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태양시에 맞춰 왼쪽 대저혈에 침을 놓았다. 침을 놓고 바로 발목을 신전, 굴곡해 보라고 시키니 통증이 훨씬 덜하다고 한다. 갈 때도 보행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환자도 우상형이다.

참고로 환자의 예전 기록을 살펴본다. ①번의 미남 농구선수는 예전 왼쪽 발목의 염좌, 오른쪽 발목의 염좌에 모두 왼쪽 천주혈에 침을 놓아서 치료한 경험이 있다. ② ③번의 환자는 모두 2009년에 급성요통으로 내원한 적이 있는데, 둘 다 왼쪽 합곡혈에 1회 치료로 나았다.

이들 환자의 임상례는 행침에 좌, 우의 구별이 있다는 <황제내경>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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