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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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칼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 승인 2003.04.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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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들은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게다가 미국에서 있었던 테러사건의 여파로 세상이 온통 주눅 들어있다. 제발 이 어려움이 빨리 가시길 간절히 빌어본다. 어쩌면 지금 횡행하는 테러도 우리 조상들의 보름달 같은 마음만 있으면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3대 명절하면 설·단오·한가위를 꼽는다. 그중 지난 1일은 한가위 곧 추석이다. 한가위를 맞아 온 세상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염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한가위에 단순히 송편을 먹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한가위의 유래와 어원을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한가위를 어떻게 지냈나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7월 기망(旣望:음력 열 엿새 날)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 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음력 8월 15일, 한가위는 추석, 중추,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仲秋節이라는 것도 가을을 初秋, 仲秋·終秋 3달로 나누어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中秋), 추중, 칠석, 월석 등의 말을 쓰는데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추석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으로는 벌초(伐草)·성묘(省墓)·차례(茶禮)·소놀이·거북놀이·강강 수월래·원놀이·가마싸움·씨름·반보기·올게심니·밭고랑 기기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풍속은 벌초와 성묘 그리고 차례이다. 한가위 전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주는데 이를 벌초라 한다. 한가위 때에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자손의 효성의 표시와 도리로 여겼다. 추석 이른 아침에 사당을 모시고 있는 宗家에 모여 高祖까지의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는 성묘를 가는 것이 순서이다.

한가위에 먹는 시절음식은 송편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즐겨 먹는다. 또 이때 먹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는 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한다.

송병(松餠)이라고도 불리는 송편은 반죽한 멥쌀 가루에 소를 넣고 빚어 솔잎을 깔고 쪄낸 떡을 말한다. 솔잎향기가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솔잎 자국이 자연스럽게 얽혀 생긴 무늬가 송편의 맛을 더한다. 송편은 소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밤송편 등이 있다.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보다 10배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가정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정경이 아름다웠었다. 송편을 잘 만들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서로 은근히 솜씨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배우자가 예쁘고, 볼품 없이 빚으면 신랑신부 될 사람의 미모도 볼품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또 임신한 부인들은 송편에 솔잎 한가닥을 가로로 넣어 쪘는데 찐 송편을 한쪽으로 베어 물어서 문 부분이 솔잎의 끝 쪽이면 아들이고, 잎꼭지 쪽이면 딸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월이 풍속을 바꾸는 탓인지 점차 가정에서 송편을 빚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어쩌면 세상살기가 힘들어진 탓일 수도 있으며,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식구들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빠름과 즉석의 개념이 온통 사람들을 지배하여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 것조차도 허용을 하지 않는 세상 탓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어보는 것, 정말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

민족문화운동가 김영조
(02-969-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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