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 금오 고락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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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 금오 고락기 (9)
  • 승인 2010.11.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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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경

김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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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혈이나 암기식의 체침법을 떠나 원리침법을 기본으로

육기·육경적 차원에서 공부

인체 경락에서는 궐음, 소음, 태음, 소양, 양명, 태양이라는 육경이 있는데, 그 육경 중 신장은 무슨 경락이 될까요? 본과 1학년 이상은 이 육경을 배울 것입니다. 그것은 ‘족소음’ 입니다. 여기서 일단 족이라는 말을 빼면 소음이라는 말은 풍·한·서·습·조·화 육기상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소음은 군화라고 하지요.
또 소장은 무슨 경락에 해당합니까? 예과생은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소장은 수태양소장경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태양은 육기상 한수에 속하지요. 출석카드의 태양조를 한수조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족소음신경을 예로 들어봅시다. 신은 오행상 수이고, 경락상 소음은 군화인데 어떻게 수와 화가 한 경락 안에 공존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족소음신경을 보한다고 했을 때는 이 경락을 보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각 경락의 이름이 붙어 있는 육경(궐음, 소음, 태음, 소양, 양명, 태양)의 육기적 지식 없이 그저 오행적인 지식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육기적인 차원, 육경적인 차원을 깊이 공부해 보자는 것입니다.

오행파와 육기파?
오행을 중요하게 여기면, 소장경은 몸이 찬 사람에게 써야 될 것(오행상 소장은 화이니까)이나 수태양소장경에서 만약 태양한수라는 말을 중요시 한다면 소장경은 몸이 더운 사람에게 써야 될 것 같은데, 소음군화로 본다면 신경은 몸이 찬 사람에게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오행적인 관점만 일으키고 육기적인 관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신이라는 개념은 오장육부적인 관점 즉 오행적인 관점과, 육기적이고 육경적인 관점과 상호 교차점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들이 주로 오행적인 관점으로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오행적인 관점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강의를 일컬어 어떤 교수는 “그것 별거 아니야 육기강의야! 그 사람 육기파야!”라고 합니다. 어떻게 우리 한방에 오행파와 육기파가 존재할 수 있습니까?

「황제내경」 오운육기편에 보면, “오행은 형의 성쇠를 의미하고 육기는 기의 다소를 일컫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오행적으로 보는 것과 육기적으로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같은 것도 아니고 또한 다른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 컵이 있고 물이 있다고 합시다. 컵은 물을 담기 위한 용기이지요. 하나는 그릇이고 하나는 내용물인 질입니다. 잘 들으세요. 지금 여러분의 음양관과 사고에 혼란이 오게 될는지 모르니까 일단 의문을 제기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용기를 표기하려면, 이 유리컵이라고 가정한 것을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 중 무엇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토’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금’에 가깝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토’라고 합시다. 그러면 물론 내용물은 ‘수’이겠지요? 그런데 컵 안에 담긴 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질을 담고 있는 컵을 ‘토’라 하고, 질을 ‘수’라고 한다면 이것을 올바르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할 수 없이 ‘컵에 담겨진 물이다’라는 복합적인 표현이 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용물인 질’인 것입니다. 족소음신의 경우 ‘지금까지는 오행적인 이해만을 해왔으며, 소음이라고 하는 어떤 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지 않았나’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의문이었습니다.

‘족소음신을 보한다’ 몸을 덥게 한다고 하면, 소음군화로써 덥게 하는데, 여러분들은 “신은 오행상 수인데 그게 가능할까? 이건 말도 안 돼” 그러시겠지요. 또 수태양소장경도 같은 식이라고 앞에서 설명했었지요. 이리하여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 우리네 학문풍토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육기파도, 오운육기파도 아닙니다. 그냥 동의학자 내지는 동의학도일 따름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법론의 접근에 있어서 너무 오운 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저는 육경적인 것을 설명하는데 거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부혈의 기적 - 목·화·토·금·수
나무를 보기 전에 먼저 숲을 봅시다. 아시혈이나 암기식의 체침법을 떠나 원리침법을 기본으로 하십시다. 간단히 말해서 인체의 오행이 소속된 60혈의 조합이 곧 사암침법입니다. 정승격의 보사법은 놔두고서라도 우선 기초적으로 삼부혈(三符穴) 침법을 익히면 감이 잡힙니다. 18개의 삼부혈(三符穴)이 한의학의 지평을 엽니다.


협계혈(俠谿穴) 하나로 귀 뒤의 덩어리가 즉석에서 물렁물렁 해졌는데 그것을 설사 목격했다하더라도 암기하면 도로 아미타불입니다. 협계혈(俠谿穴)이 가지고 있는 삼부혈(三符穴)적 근성을 이해한다면 협계혈(俠谿穴)은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과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 두 개의 경락 목화(木火)경락과 화목(火木)경락에서 취혈한 곡택(曲澤) 협계(俠谿)의 부류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오행(五行)상에서 금토(金土)를 제외한 목화수(木火水)의 성질을 지닌 경혈이라는 말씀입니다. 금토(金土)가 실하다는 말은 뚱뚱하다의 토(土)가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마른 기운의 금기(金氣)가 오버한 것도 아닙니다.
일컬어 몸무게와 신장의 비율이 적절해서 체형으로는 음양(陰陽)을 나누기가 힘들 때 쓰는 곡택(曲澤) 협계(俠谿) 후계(後溪) 용천(涌泉) 네 가지 경혈의 일부입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네 가지 경혈은 수화목(水火木)의 혹은 목화수(木火水)의 성질을 가진 중요한 경혈입니다. 목뒤의 덩어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허한 목화수를 보충해준 것 뿐 입니다. 거기에다 상병(上病)은 하치(下治)한다는 사상을 덧붙여 협계(俠谿)에서 선택을 한 것입니다. 물론 용천(涌泉)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규음혈 한방에 혀의 마비가?
삼부혈(三符穴) 활용의 다른 일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얼마 전 독일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이유 없이 혀 오른쪽이 따끔하고 마비가 와서 찾아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규음혈(竅陰穴) 하나로 호전의 징조가 보였습니다. 규음혈(竅陰穴)을 놓은 것은 따끔하다거나 마비가 왔다거나 하는 증상을 보고 놓은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체질을 보고 뚱뚱하고 몸이 차가운 뚱냉 체질, 오행(五行)상 토기(土氣)와 수기(水氣)가 실(實)해서 토수(土水)를 제외한 목(木) 화(火) 금(金)의 기운을 넣어 준 것입니다. 목화금(木火金)의 기운을 가진 삼부혈(三符穴) 중 간사(間使) 제외하고 규음(竅陰)을 선택했습니다. 상병하치 하병상치 좌병우치 우병좌치의 원리와 목화금(木火金)을 보해줘서 조율을 했습니다. 증상을 참조하되 너무 구애받지 않고 그 사람의 체질을 먼저 봅니다.

또 다른 규음 이야기
죽변항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여사장님 왼팔이 저리고 감각이 없다고 해서 놓은 규음은 그 자리에서 가벼운 반응을 일으킨 바 규음이 손을 고친 것이 아니라 역시 토수로 본 이유다.(‘반구저기(反求諸己)’하라...우리의 음양관 부재 현실에 대한 각성 촉구)

존경하는 한의사 동지, 동양의학도 여러분, 우리가 남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 음양관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침을 놓을 적에 원리에 대한 천착 없이 암기식의 침법만 쓰지 않는지 자성하는 공부의 분위기를 제창합니다. 지난번에 비공식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니 한의사의 3/4이 사암침법을 활용한다는데 실제로 어떤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안다는 것인지 활용을 실제로 하는 현실인지 궁금합니다.

오행허실을 보면 경락과 경혈의 오행 허실이 나옵니다. 응용은 무궁합니다. 다 같이 차제에 공부하여 사암침을 금오와 함께 익히는 시간을 가집시다. 오프라인 강좌나 지상을 통해서 널리 널리 퍼뜨리고 싶습니다. 성미가 급한 분께서 중언부언하는 가마구 말이 듣기가 싫다면 여기 아래 결론부터 보시고 미루어 짐작하시길 바랍니다.

성급한 분을 위해 의생금오고락기의 결론부터 말하는 가벼운 아래 글을 썼으니, 이로써 금오강좌의 패러다임 취지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계속〉 

 김홍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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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1-01-20 01:11:26
침구의 운용에 있어서 육기의 중요성을 어림잡아 짐작하고있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지평을
열어주시니 감사하네요. 강좌를 들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선생님의 고견과 침구운용의 관을 알고 싶습니다. 더 많은 글이 개재되었으면 하네요.

학생 2010-11-29 13:42:25
요즈음은 학술적으로도 근거와 이유를 가지시고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매우 싫어했었는데, 침구학에 있어 암적인 존재라고까지 생각했엇는데 요즈음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변화하시니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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