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한 개인에게 농락당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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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부는 한 개인에게 농락당하고 있는가?
  • 승인 2012.02.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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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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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남수 씨 침사 자격 없다” VS “침사 자격정지 취소”

참실련, “SBS측에 요구한 반론보도 내용도 오해소지 많아”

지난 1월 19일, 구당(灸堂) 김남수(97) 씨가 그동안 침사 자격증도 없이 불법 의료행위를 일삼았다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데 이어, 지난 2월 3일 서울고등법원은 김 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침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자 한의계가 “대한민국 법원은 한 개인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김남수 씨가 SBS를 상대로 낸 정정청구 소송 판결문에서, “일제치하 전라북도지사 추천으로 침사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김남수 씨의 주장은 거짓”이며, 1982년 이북5도청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경력인증원을 발급받아 함경북도에서 월남하면서 침사자격증을 분실했다는 거짓 사유로 대법원까지 속여 침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 씨의 반론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만드는 반론보도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젊은 한의사들의 모임인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는 “김 씨의 주장이 거짓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SBS측에 요구한 반론보도문에는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들이 포함 돼 있다”고 유감을 표명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재판부가 1954년 원주에서 침 시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김남수 씨의 반론을 그대로 허용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히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로 “원주에서 침 시술소를 개설한 적이 없다고 확인한 원주보건소공문을 확보했다”며, “보건소에만 문의해도 확인되는데, 원주 각 관청에서도 김 씨의 침 시술소 운영사실을 부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판결 이유가 과연 진실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고 장진영 씨 치료와 관련한 반론보도 내용에 있어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면서, “말기 암환자에게 침·뜸 시술 두세 번 만에 암이 3분의1 크기로 줄어들었다는 등 황당한 김 씨의 선전을 방치할 경우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한의학의 전문가인 한의사들은 의료인의 책임을 다하고자 그의 혹세무민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화상침이 김남수 씨가 창안한 침법이고, 모든 한의사들이 시술하지는 못하는 치료법이라는 반론보도의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즉 “김 씨의 화상침은 한의학 침법 중 기본인 아시혈 산자법(아픈 곳에 침을 놓는 기초적 침법)에 불과하며, 이미 오래전 조선시대 문헌에 김 씨의 화상침과 유사한 화상 침법이 존재하고, 또한 현재 화상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의사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3일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김창보)는 김남수 씨가 “침사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1962년 침구사 제도가 폐지된 이후 50여년 간 침사가 구사(灸士) 시술행위까지 하는 것을 처벌한 예가 없다”며, “침사의 뜸 시술행위에 대해 사회일반이 일종의 관습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김남수 씨는 침술소를 찾은 환자에게 침 시술과 함께 쑥으로 뜸을 놓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2008년 7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김남수 씨의 손을 들어주며 ‘기소유예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헌재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김남수 씨가 한 뜸 시술은 위험성이 크지 않고, 침사 자격을 갖고 수십 년 동안 침과 뜸을 함께 시술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을 취소 결정 이유로 밝혔다.

이에 대해 참실련 신혜경 홍보팀장은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하급심에 적용된 첫 사례”라면서, “재판부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사회통념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허용해준 점과 뜸 시술의 위험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임의로 한 점은 의료행위가 제도권 밖에서 작위적으로 수행될 때의 엄청난 위험성을 간과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침사 자격증 자체가 허위라는 판결 결과를 본다면, 침사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뜸 치료를 한 김남수 씨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북부지검 형사5부(허철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14일, 구사자격 없이 침·뜸교육을 해 140여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 특별조치법위반 등)로 구당 김남수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상태로, 이에 대한 최종 선고 판결은 2월 24일 내려질 전망이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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