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계승된 전통지식 발굴·수정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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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계승된 전통지식 발굴·수정 관심 필요
  • 승인 2012.12.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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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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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사학회, 한의약 무형유산 재조명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단장 안상우)과 한국의사학회(회장 맹웅재)가 공동주최한 제20회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가 ‘한의약 무형유산의 가치와 현대적 계승’이란 주제로 지난 7일 경희대 한의대 황제실에서 개최됐다.

한국의사학회 맹웅재 회장은 “한국한의학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의사학회의 꾸준하고 활발한 연구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의약 무형유산의 가치를 조명해보고, 이를 현대에 있어서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죽력 제법, 재고찰 필요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홍세영 박사는 ‘죽력의 효능과 제법’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죽력은 열과 담을 치료하면서도 자음을 하는 효능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단방약으로 매우 오랜 세월 활용해 온 향약 중 하나”라며, “제조가 간단치 않아서 과거에는 내의원에서 만드는 죽력으로 사대부가의 수요까지 충당했으나, 현재 담양을 중심으로 죽력의 생산이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볼 때 조선시대에도 대나무의 산지인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의 죽력 생산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죽력 생산방식은 「방약합편」에 기록된 방식을 모델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가열 시간에서 차이를 보이고 생산된 죽력의 약미 역시 심한 정도의 차이가 있어 결과적으로 의서에 기재된 약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관행으로 굳어진 죽력의 제조법 및 이를 근거로 한 각종 연구논문들은 잘못된 매뉴얼이 표준으로 굳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는 근현대 한의학 임상에서 죽력의 활용도가 낮았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근래에 죽력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중풍 치료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반 한의원에서도 점차 다양한 질환에 죽력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미 잘못된 매뉴얼이 굳어져 본래의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엉뚱한 약재를 대신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잘못 계승한 전통지식을 수정하는 일은 사장될 위기에 놓인 전통지식을 보존하는 일 못지않게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암침법, 일본에 의해 잘못 전파
사암은성한의원 정유옹 원장은 ‘사암침법의 전승과 해외전파’란 주제발표에서 17세기 사암도인에 의해 창안된 사암침법이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등에 전파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정 원장은 “사암침법은 1940년대 일본에서 ‘경락치료’라는 명칭으로 일본의 침구사들에게 전파되었고,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일본의 침법과 1970년대 한중 한의학 교류의 영향으로 오행을 이용한 침법이 소수 남아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일본의 침구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유럽의 침구학자들과 교류하며, 사암침법을 자신들의 ‘경락치료’ 본치법에 포함시켜 자신들이 창조한 것인 양 근원을 밝히지 않고 전파했다”고 말했다.

해방 후 한국전쟁으로 한국 한의학자들의 국제적 교류가 힘든 시기에 일본의 침구학자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학자들과 교류했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또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많은 침구학자들은 아직도 유럽에 전파된 사암침법이 일본의 전통 오행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주장들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고 전 세계에 우리의 사암침법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전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어로 번역된 사암침법 원문이 출간되어, 한국 한의학의 관심과 맞물려 사암침법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며, “이는 향후 전 러시아문화권에서 사암침법을 공부할 수 있는 언어적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외과술, ‘침’과 같이 발달
‘「역대의학성씨」의 針과 鍼’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김홍균 소장은 “「역대의학성씨」를 번역하던 중 특이사항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침(鍼)’과 ‘침(針)’은 같은 뜻과 같은 발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쓰임이 같아야 할 텐데, 어떤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달리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침’의 기원은 처음부터 ‘쇠침’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돌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석(石)’자는 ‘침’이란 뜻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특히 “‘참침’의 발달은 ‘돌침’으로부터 발전된 것이기 때문에 최초의 의료 활동은 외과술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 바탕은 고조선시대부터 그 연원이 닿아있는 것이므로 외과술은 우리민족의 의료기술의 기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따라서 한의학 외과술의 기원은 침의 기원과 같이 발달해 왔으며, 비록 오늘날 그 맥이 끊어져가고 있지만 세계의 유래가 없는 치종청(治腫廳)까지 설치하여 현란한 외과술을 보였던 조선중기의 의학을 오늘날에 되살려 우리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좁아져가는 의료시장의 확장을 위해 뜻 깊은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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