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개발사업, 감사원 감사 청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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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신약개발사업, 감사원 감사 청구하겠다”
  • 승인 2014.10.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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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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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김재원 의원 ‘혈세 낭비-관리 방만’ 지적

“임상 절차 완화해 검증 부실…국제적 허가 기준 미달”
“천연물신약 14년간 1조원 혈세 투입… 수출은 고작 1억원”

 

“천연물신약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7일 정부가 지난 14년 간 천연물신약에 약 1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에 실패했고, 해외시장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무리하게 보험급여를 적용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내 환자에게만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을 복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천연물신약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105억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590억원 등 총 76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2010년까지 집행한 금액은 1762억원으로 당초 계획 4105억원 대비 43%만 집행했고, 2011년 이후 7개 부처가 집행한 금액이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 의원
2000년 계획 수립 당시 보건복지부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사업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며 1개의 신약 개발 시 세계적으로 연간 1조~2조원의 매출과 매출의 20~50% 수준의 순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신약 해외수출실적은 2012년에 필리핀, 몽고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스티렌정 1억500만원 어치를 수출한 게 전부다. 김 의원이 조목조목 지적한 천연물신약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건강보험, 천연물신약에 매년 1700억원 지급
8개 천연물신약의 14년간 수출액이 1억원에 불과한데 반해, 천연물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재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건강보험급여는 2009년 1066억원, 2011년 1235억원, 2013년 1674억원, 2014년 6월말 현재 849억원으로, 최근 5년 6개월간 건강보험 지급액이 매년 증가하였고 2009년 이후 총 7616억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전 7년 동안 조인스정 및 스티렌정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이 보험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비를 제외하더라도 보험급여로 매년 170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정부가 해외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신약(辛藥)을 천연물신약이란 이름으로 신약(新藥)으로 허가해 주고 보험급여를 지급해, 천연물신약을 출시한 국내 제약사들이 좁은 국내 시장 울타리 안에 안주하게 만든 셈이다.

복지부도 천연물신약개발 전(全)단계 사업 부실 인정
보건복지부도 천연물신약의 개발이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011년에 작성한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 수립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개발 사업이 신약 기획단계에서 비효율적인 개발계획으로 제품개발에 대한 개념이 미흡했고, 해외 진출 대상국가에 적합한 질환영역 선정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신약기획과 생산 공정 외 신약 소재 발굴, 신약 분석, 제형개발, 약효와 안전성 입증, 임상 등 전 단계에 걸쳐 연구개발 과정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나눠먹기식으로 지원되어 산업화와 기술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낙제 수준의 사업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1년에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 조차 수립하지 않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확한 연구개발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재정과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천연물신약개발 사업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임상절차 생략·완화해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받지 못해
보건복지부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동의보감을 포함한 11개 한약서에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 절차를 완화해 주었다. 8종의 천연물신약 중 7종은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해 독성자료 제출과 임상시험 1상을, 시네츄라시럽은 1상에 더해 2상까지 면제한 것이다.
천연물신약은 I상을 건너뛰어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평가절차를 생략했고, 일부 약은 적용질환을 정하고 최적 투여량을 설정하기 위한 2상마저 건너뛰었다. 그나마 실시한 3상에서도 타 약제 대비 비교우위나 위약(僞藥,Placebo) 대비 임상을 실시하지 않고 타 약제 대비 약효가 열등하지 않다는 비열등성 입증 임상만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물신약은 임상시험 단계를 생략하거나 완화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해 국내에서만 신약 허가가 났고, 국제적 기준으로는 신약으로 허가가 날 수 없는 상태이다.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 검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재원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의 천연물신약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과다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6월 이루어진 ‘6개 천연물신약 발암물질 검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천연물신약의 원료 한약재에서 최대 24.8ppm, 추출물에서는 최대 15.7ppm, 완제품에서 최대 12.81ppm이 검출되었고, 벤조피렌은 원료 한약재에서 최대 25.8ppb, 추출물에서는 최대 152.8ppb, 완제품에서 최대 16.09ppb가 검출되었다.

관리기준도 마련 안 해 국민적 불신 자초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지만, 식약처는 지황 및 숙지황만 5ppb를 벤조피렌 기준으로 설정하였을 뿐 다른 한약재나 한약재를 원료로 한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도의 발암물질 안전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올해 6월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에도 발암물질 검출로 안전성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없다. 식약처 발표를 못 믿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모니터링한 두 성분의 검출량에 대해 위해평가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검토한 결과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상식인데 발암물질이 나온 약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작년 3월 발암물질 검출이 문제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발암물질 관리기준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국제기준 허용치보다 많은 벤조피렌 검출
13ppm이라면 0.0013%이고, 16ppb는 0.0000016%에 불과하므로, 단기 복용 시에는 인체에 위해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발암물질이 체내에 축적되어 인체에 해가 될 것은 분명하다.
식약처의 ‘식품별 벤조피렌 기준규격’에 따르면 벤조피렌 함유량이 가공식품은 1ppb~5ppb 이하이어야 하고, 수산물은 2~10ppb 수준을 넘어서면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식품 종류별로 1~6ppb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천연물신약들은 모두 벤조피렌이 검출됐고 어떤 약에서는 벤조피렌이 16.09ppb나 검출됐다. 국제기준상 식품에 적용되는 발암물질 최대 허용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국내 천연물신약에서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천연물신약의 안전성 논란은 진행 중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에서의 발암물질 검출량이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정도이므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의약품의 제조 유통 과정에서 발암물질의 농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환자 몸에서 발암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어, 발암물질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식약처는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천연물신약의 특성상 발암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관리 기준을 정하고 그 근거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식품에는 종류별로 있는 발암물질 최대허용치 기준이 의약품에는 없는 것은 문제이다.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의 발암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조금이라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면 즉각 판매중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을 안전하다고 주장만 하고 있다. 이러니 천연물신약개발사업의 부실을 덮기 위해 다른 의약품과 달리 천연물신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발암물질 검출까지 눈감아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는 것이다.

의약품에 적용되는 발암물질 기준 있는 나라 없다?
식약처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의약품에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나, 이는 의약품에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되는 천연물 자체를 소재로 한 의약품을 신약으로 허가한 적이 없어, 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발암물질 관리기준이 필요하지 않다.

‘신약이 아닌 약’을 허가해 한의사의 조제권 침해, 소송 진행 중
한편, 식약처 고시 「한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은 ‘자료제출의약품’을 ‘기원생약 등의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 라고 규정해, 생약제제 뿐만 아니라 한약제제로도 개발될 수도 있는 한약재를 천연물신약(의약품)으로 허가를 내어줄 수 있도록 했다.
한의사가 한약제제로 조제하던 한약재를 의약품으로 허가를 내주어 한의사들이 이를 조제할 수 없게 되자, 한의사협회는 식약처의 고시가 한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고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고 올해 1월 9일 1심에서 승소했다. ‘자료제출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도 ‘신약이 아닌 의약품’으로 정의되어 있다. 엄격히 ‘신약이 아닌 의약품’인 천연물신약을 허가해줘 한의사들의 한약재 처방권까지 침해한 것이다. 식약처는 1심 패소 후 천연물신약을 개발한 ㈜한국피엠지제약, ㈜동아에스티, ㈜녹십자, ㈜에스케이케미컬, ㈜안국약품 등을 보조참가자로 하여 항소를 한 상태이다.

천연물신약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 계획
김재원 의원은 “정부는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신약 개발로 세계 7대 신약 강국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개발비 지원, 허가절차 완화, 보험급여 적용 등으로 1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천연물신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발암물질까지 검출되어 선진국에는 허가조차 나지 않는 국내용 약으로 전락했다”면서 문제투성이 천연물신약개발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에서의 발암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강변하기에 앞서 발암물질의 기준을 정해 관리하거나 또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은 허가 취소나 판매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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