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탁상행정 불과, 방관 않겠다”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시행령이 공포됨에 따라 의약품시장에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한약의 원료의약품 대부분이 건기식 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져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8일 건기식의 제조와 판매 그리고 품질관리인의 자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건기식 제조업은 건강기능식품전문제조업과 건강기능식품벤처제조업으로 나누고 벤처업체는 전문제조업체에 위탁해 제조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업은 일반판매업과 유통전문판매업으로 나눠 유통전문판매업의 경우 벤처업체와 마찬가지로 전문제조업체에 제조를 의뢰해 자신의 상표로 유통·판매할 수 있도록했다. 일반판매업의 경우 영업장 판매 이외에 방문·다단계·전화권유 또는 전자상거래·통신판매 등도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하위 규정 및 고시가 아직 공포되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판매업은 복잡한 절차의 신고와 시설이 필요하고, 또 교육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업체수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관계자는 “약국의 경우 다른 판매업체와 달리 신고를 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위 규정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건기식 판매는 일부 대형 업체와 약국 간에 경합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조업도 KGMP 시설을 갖춘 곳에서만 생산할 수 있어 기존의 제약회사나 식품회사만이 이를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현재 일부 한의사가 개발해 유통되고 있는 건강식품류는 기능성식품으로 허가를 받아 기능을 표기한 채 유통되기에는 애로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건기식과 관련된 세부 규정들이 큰 손질 없이 그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에서는 올 초에 고시를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시안에 따르면 건기식의 범위는 식품공전, 식품첨가물공전, 대한약전, 한약규격집을 범위로 곧 별도의 공전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공전에 수재된 원료물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무리 한약과 유사해도 건기식으로 구분돼 판매된다.
원료물질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마황, 반하, 방풍 등 25종이 규정돼 있으며 △섭취방법 또는 섭취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로 하는 것 △원료의 특성상 심각한 독성이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복지부가 정한 11개 기성한의서의 처방을 그대로 건기식으로 만들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처방 수가 3가지 미만일 때는 건기식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식약청이 건강식품 종류로 고시한 영양보충용제품, 인삼제품, 홍삼제품, 뱀장어유제품 등 32종은 GMP 시설만 갖추면 언제라도 생산·판매할 수 있다. 또 의약품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25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한약재를 응용해 만든 것은 임상시험만 거치면 건기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의협 강대인 약무이사는 “안전성에 대한 아무런 검사 없이 전문가들이 치료용으로 쓰는 원료의약품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이는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한의협은 이달초 식약청장을 만나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약재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및 조사도 상당부분 이루어져 건기식 원료의 한계에 대해 논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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