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환을 살리자(2) -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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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질환을 살리자(2) -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 승인 2004.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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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발전 주도세력 형성이 1차적 과제

조직 있어야 교육·홍보·제도개선 해결 가능

기초질환이란?

양방에 1차의료가 있다면 한방은 ‘기초질환’이 있다. 1차 질환은 2차, 3차 진료를 받기 전에 기본적으로 받아야 할 의료를 말하는 것으로 양방의 의료전달체계와 관련이 깊은 데 반해 ‘기초질환’은 글자 그대로 2, 3차 의료기관에 의뢰하지 않아도 치료되는 간단한 질환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00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방 외래의 다발생순위 50위 안에 드는 질환 중에서 일부분을 뺀 대부분의 질환이 ‘기초질환’의 범주에 드는 병으로 확인되었다. 일부분의 질환은 장기입원과 고도의 진단시설이 요구되는 중풍관련 질환을 말한다.

굳이 한방에서 1차의료라는 용어를 쓴다면 그 의미는 ‘전통적으로 한방의료기관에서 다루어오지 않았지만 한의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최근 수용되고 있는 피부미용, 비만, 추나, 외치요법, 향기요법 등 특화되고 있는 의료와 대비되는 의료’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방에서 ‘기초질환’은 “특화되지 않으면서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한 흔한 병”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한방요양급여실적 중 외래진료의 비율이 건수로는 99.60%(6백18만 1천800건)이나 되고 요양급여비용으로는
91.61%(1천5백33억 3천2백34만 1천원)으로 입원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나는 등 기초적인 질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연구와 관심은 의외로 적다.

흔한 병에 대한 일선한의사 반응

대구광역시한의사회 이상준 홍보위원장(37. 세안한의원)은 “요즘 한의원 진료행태가 특화 중심으로 흘러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면서 “감기환자만 한의원을 먼저 찾는다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경기도 안양에 개원하고 있는 위성현 원장(37. 위성현한의원)도 “감기질환은 한의계가 찾아와야 할 대표적인 질환”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관련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무조건 한방적으로 처방할 수 있
는 것은 아니라는 데 위험성이 있다. 양방에서는 이런 점을 간파한 듯 “한의사가 감기의 후유증과 합병증을 판단할 수 있느냐?”고 몰아부친다. 정확한 진단이 없이 증만 가지고 치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의사들의 중심적인 고민은 감기뿐만 아니다. 외래 다발생질환 3위를 차지하는 염좌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한의사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금이 간 경우다. 심하지 않을 때는 그냥 삔줄 알고 침을 놓지만 나중에 X-Ray를 찍어보면 금이 간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한의사가 간단한 검사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워한다. 적어도 손목과 발목을 투과할 수 있는 소형 초음파기기라도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지 않은 한의사가 한 사람도 없을 정도다.

애로사항을 유형화한다면…

한의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임상경력에 따라, 혹은 임상실력에 따라 애로를 느끼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사가 기초질환을 놓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유형화한다면 다음과 같이 열거해볼 수 있다.

우선 순수 의학적인 측면이다. 한의사간 기량의 차가 크다 보니 ‘어디 가서 진단했는데 내 체질은 OO체질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체질’이라거나 ‘어디 가서 침을 맞았는데 안 낫더라’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다. 이와 관련해서 진단상의 어려움이 많다. 삔데, 감기, 기타 기초질환에 대해 자신있게 진단할 수 있는 한의사가, 특히 젊은 한의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자칫 잘못해 의료사고라도 일으키면 맘고생, 몸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방어진료를 하는 등 소극적 진료에 매달리게 된다.

그 다음은 교육이다. 한의대에서 6년을 공부했으면 기초질환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갓 개원한 한의사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임상은 차이가 크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개원하자마자 임상강좌에 눈길을 돌리고 비싼 강의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배우러 다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요인은 제도적인 요인이다. 환자가 병이 발생했을 때 어느 경우에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할지 판단할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해 우선 아는 대로 양방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훈련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정보가 풍부한 환자라도 의학외적 이유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가 감기에 걸려 초기에 한방치료가 몸에도 좋고 장기적으로 면역성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보험적용이 안돼서, 주변에 한의원이 없어서, 복용이 불편해서 등등의 이유로 양방의료기관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대 책

문제를 알면 해결책은 쉬운 법이다. 문제점을 뒤집어서 해결책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료기사법을 개정하여 의료기사지도권을 확보하는 일, 흔한 병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하는 일, 기초질환에 대한 첩약의료보험을 도입하는 일, 단골의사제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료에 접근하는 일, 개원의 재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일, 한의학 홍보를 적절히 수행하는 일 등을 잘 해결하면 기초질환과 관련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안도 주도할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제도 하나하나의 변경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와의 힘겨운 파워게임을 해야 하고, 또 그 이전에 탄탄한 논리를 구축해야 하므로 주도세력 내지 중심조직의 형성이 절대적이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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